"전화 한 통 안 온다" 삼성은 트레이드 무풍지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전화 한 통 안 온다."

이례적이다. 여전히 시즌 초반인 5월 초. 트레이드가 4건이나 터졌다. 이번 달에만 5-4, 4-3 등 1년에 1~2번 볼까말까한 초대형 트레이드가 연이어 성사됐다. 그동안 한국야구 특유의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 부메랑 역효과를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가 내보낸 선수가 우리 팀을 상대로 잘하면 어쩌나"라는 마인드. 자기 떡은 철저히 지키면서 남의 떡만 먹으려는 심보가 많았다. 트레이드 논의 차제는 활발하게 이뤄져도 수 차례 중단됐던 이유.

하지만, 여전히 선수 키우기는 쉽지 않다. FA, 외국인선수 영입은 돈도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크다. 10구단 체제로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트레이드 시장이 커졌다. 많은 선수를 한꺼번에 교환, 부메랑을 최소화하려는 흐름도 감지된다. 결국 몇몇 구단을 중심으로 트레이드를 활발하게 하는 분위기. 절대 내주지 않을 것 같은 카드(예를 들어 장성우, 박세웅, 유창식)들도 교환됐다. 한 야구관계자는 "트레이드를 바라보는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전화 한 통 안 온다

6일 KIA와 한화의 4-3 트레이드에 현장 지도자들도 제법 놀란 눈치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6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그렇게 많은 선수들을 한꺼번에 바꿔버리네"라고 놀라워하면서도 "요즘은 1-1 트레이드는 잘 안 하지"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감독끼리는 경기 전 감독실에서 트레이드에 대한 얘기를 종종 나눌 때가 있다. 상황에 따라 전화통화를 통해 카드를 맞춰보기도 한다. 더구나 대형 트레이드라면 사령탑의 긴밀한 논의가 필수. 현장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뒤 구단 최종승인 단계로 넘어가는 게 일반적인 트레이드 루트다.

올 시즌 삼성도 타 구단들과 트레이드를 논의한 적이 있었을까. 실제 삼성이 아닌 타 구단 관계자들로부터 "삼성에는 정말 쓸만한 선수 많다"라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심지어 한 현직 지도자는 "내가 보기엔 박찬도가 구자욱, 박해민만큼 좋은 타자인데 (선수층이 두껍고 쟁쟁한 스타가 많은)삼성이라서 많이 못 뛰는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런데 류중일 감독은 "우리한테는 전화 한 통 안 온다"라고 잘라 말했다. 농담 아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재차 "정말 한 통도 안 왔다"라고 했다. 물론 올 시즌에 국한된 사실이긴 하지만, 10개 구단 중 가장 쓸만한 선수가 많다는 삼성에 실제로 트레이드를 문의한 감독 혹은 구단 관계자가 단 1명도 없었다는 건 놀랍다.

▲왜 삼성은 트레이드 무풍지대일까

트레이드 시장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고 있지만, 류 감독의 말에 따르면 올 시즌 삼성은 트레이드 무풍지대. 왜 다른 팀들은 삼성과 카드를 맞춰보려고 하지 않을까. 한 야구관계자는 "삼성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라고 했다.

아이러니하다. 누가 봐도 탐 나는 선수가 많은데 삼성이라서 트레이드 시도 자체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 부메랑에 대한 의식이 조금씩 희석되고 있지만, 삼성 전력이 워낙 탄탄해 자칫 잘못하다 삼성 전력만 더 키워주는 모양새가 되는 걸 여전히 부담스러워한다고 볼 수 있다. 데려오고 싶은 선수는 많지만, 어쨌든 제 살도 깎아야 하는 게 트레이드 논리.

또한, 이 관계자는 "선수 개인의 장래를 고려해 큰 맘먹고 삼성에 내주려고 해도, 어차피 백업이 두꺼워 기회를 얻는 게 쉽지 않다고 본다면 차라리 자신들이 그대로 데리고 있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트레이드는 장래성 혹은 이름값은 있지만, 결국 현 시점에서 1.5군급 가치를 지닌 선수들이 타깃. 부메랑 효과를 감수하더라도 이미 주전급 백업이 넘치는 삼성에 자신들의 1.5군급 자원을 넘겨봤자 삼성이 제대로 써먹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 아예 트레이드를 시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2012년 12월17일 LG와 3-3 트레이드를 한 뒤 약 2년 6개월간 단 2건의 트레이드만 성사시켰다. 2013년 3월 1-1 트레이드로 길태곤을 내주고 이상훈을 영입한 뒤 소식이 끊겼다. 지난해 12월18일 FA 보상선수로 영입한 정현석을 현금트레이드로 한화에 다시 보내준 건 전력보강이 아니었다.

류 감독은 트레이드를 하고 싶어한다. 그는 "트레이드로 보강해야 할 포지션? 전부 다"라고 웃었다. 주전급 백업이 많다는 평가에 덕아웃 벽에 붙여진 라인업 시트를 바라보며 "전부 다 대수비 용이다. 박한이, 채태인, 김태완이 돌아와야 어느 정도 채워진다"라고 항변했다. 물론 삼성도 오른손 중간계투, 오른손 대타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긴 하다. 하지만, 다른 팀들에 비하면 부잣집인 건 분명하다.

[류중일 감독(위), 삼성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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