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왔습니다" 염경엽 감독, 스나이더에게 듣고 싶은 말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감 왔습니다."

외국인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최근 잭 루츠, 나이저 모건이 연이어 짐을 쌌다. 2명 외에도 입지가 불안한 선수들이 있다. 넥센 브래드 스나이더가 대표적 케이스. 스나이더는 17경기서 49타수 9안타 타율 0.184 8타점 5득점을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은 타율보다 1할 정도 높은 0.294. 하지만, OPS가 0.472(장타율 0.204, 출루율 0.268)에 불과하다. 안타 9개 중 장타는 단 1개. 외국인타자로서 위압감이 전혀 없다.

스나이더는 KBO리그 2년차다. 지난해 LG에 시즌 도중 입단했다. 정규시즌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서 넥센을 상대로 인상적인 타격을 보여줬다. 결국 올 시즌 넥센의 부름을 받았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도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후 긴 침묵. 4월 26일 수원 KT전 이후 1군 출전기록은 없다. 스나이더는 6일 상무와의 퓨처스리그서 2홈런을 날리며 반등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개 숙이지 마라

염경엽 감독은 1군과 퓨처스리그의 성격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지도자다. 1군은 '성적', 퓨처스는 '육성'이다. 퓨처스리그를 철저히 육성과 준비의 장으로 활용한다. 1군에서 써야 할 선수를 전략적으로 기용하는 무대가 퓨처스리그. 퓨처스리그는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 염 감독이 스나이더를 퓨처스리그에 보낸 의도는 퓨처스리그서 홈런을 꼭 몇 개씩 치라는 게 아니라 편한 마음으로 타격감을 찾으라는 것.

염 감독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뒤 고개를 숙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게 너무 싫다"라고 했다. 외국인타자는 구단 입장에선 일종의 자존심. 상대에 위압감을 줘야 한다. 그러나 타격이 풀리지 않는다고 해서 고개를 숙이면 결국 상대의 기만 살려주는 모양새가 된다. 염 감독은 스나이더의 타격감이 올라오면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삼진을 당하고 못 쳐도 좋아지겠다는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희망을 볼 수 없다"라고 했다. 6일 퓨처스리그 2홈런은 단순히 홈런 그 자체보다 장타감각을 되살린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감 왔습니다

염 감독은 "스나이더에게 '감 왔습니다'라고 말하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스스로 타격감 회복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퓨처스리그에 두겠다는 의미. 그는 "1개월의 시간을 줬다"라고 했다. 퇴출 데드라인이 아니다. 스나이더에게 부여한 자율의 시간이다. 염 감독은 스나이더가 스스로 타격감을 찾길 바란다. 어차피 외국인타자는 누가 터치해서 되는 게 아니다. 주변에서 조언을 하되, 스나이더가 자신만의 노하우로 일어서길 바라는 것.

심지어 염 감독은 스나이더에게 훈련 스케줄까지 짜게 했다. 시즌 초반 1군에 두면서 잠시 시간적 여유를 줬던 것과 똑같다. 염 감독은 "통역까지 붙여서 보냈다.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한 것이다. 거기서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다 해봤으면 좋겠다. 멘탈, 기술을 정비하도록 시간을 준 것이다"라고 했다.

염 감독이 부진한 스나이더에게 배려를 아끼지 않는 건 결국 1군에서 주요 전력으로 쓰기 위해서다. 현재 김하성, 김지수, 고종욱, 문우람 등이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1군 커리어가 길지 않다. 언제든지 페이스가 떨어질 수 있다. 그때 스나이더가 그 부족한 부분을 메워내야 한다.

스나이더는 지난해 외국인타자 비니 로티노와는 입지가 다르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스나이더를 5번으로 기용했다. 정규시즌 들어 6~7번으로 조정할 때가 있었지만, 애당초 스나이더를 강정호의 장타력을 메우려는 카드로 여겼다. 지금도 그 기본적인 구상은 포기하지 않은 듯하다. 염 감독은 "결국 스나이더가 잘하면 된다"라고 했다. 스나이더는 1군에 없지만, 여전히 염 감독의 레이더망에 들어있다.

[스나이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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