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한화 2군감독이 말한다, 모건이 실패한 이유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일본 시절과 비교해 타격폼이 달라졌다."

이정훈 한화 이글스 퓨처스 감독은 전날(6일) 웨이버 공시된 모건과 오랜 시간 함께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일본 고치 1차 캠프가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2일 모건을 귀국 조치했다. 그리고 이 감독에게 모건의 맞춤 지도를 주문했다. 이 감독과 모건의 첫 만남이다.

이후 모건이 1군에서 생활한 날은 불과 21일, 정확히 3주다. 2월 20일 오키나와 1군 캠프에 합류했으나 나흘 뒤인 24일 2군행을 통보받았다. 사흘간 1군 선수단과 동행했지만 컨디션은 올라오지 않았다. 정규시즌 개막 직전인 3월 25일 1군에 합류, 지난달 10일 롯데전을 마치고 다음날(11일) 말소됐다. 이후 모건의 1군 재진입은 없었다. 즉 모건은 지난 2월 2일부터 웨이버 공시된 전날까지 2군에서 이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한국 생활 대부분을 함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감독은 모건 살리기에 앞장섰다. 김 감독과 끊임없이 연락을 주고받았다. 본인 스타일을 고집하던 모건에게 직접 소고기를 사주기도 했다. 모건은 이 감독에게 "소울 브라더(영혼의 형제)"라 부르며 충성을 다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량이 뛰어난 선수라도 1군에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모건은 타격 부진으로 지난달 11일 2군행을 통보받은 뒤 1군 재진입 기회는 없었다. 이 감독도 모건을 살려보려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떨어지는 변화구 대처는 풀지 못한 숙제였다.

이 감독에 따르면 모건은 2군행을 통보받자 '한국에서는 끝났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이 감독이 "준비 잘해서 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달랬고, 모건도 "도와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후 2차례 부상이 찾아왔다. 허리 근육 경련으로 일주일간 재활군에 머물렀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것을 확인한 이 감독이 특타와 근력 운동 강도를 높였다. 타격감도 괜찮았다. 그런데 연습 도중 공에 손가락을 맞아 또 쉬어갔다. 결국 지난 1일 퓨처스 고양전에서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한 게 한국에서의 마지막 경기였다.

이 감독은 모건의 타격 부진과 과한 세리머니를 지적했다. "튀는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조언을 했다. 과한 세리머니도 자제하라고 했다"는 이 감독의 설명.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이 감독은 "1군 경기를 TV로 봤는데 세리머니가 과하더라"며 "떨어지는 공에 대한 약점도 보였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떨어지는 변화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의욕도 과했다"고 말했다.

모건은 아시아 무대 첫해인 2013년 일본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서 108경기 타율 2할 9푼 4리 11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4월 한 달간 14경기에서 40타수 5안타(타율 0.125)로 부진했으나 이후 대단한 반전을 만들어낸 것. 당시 빠른 공과 포크볼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일본 투수들 공략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 감독은 2년 전과 지금의 타격폼이 달라진 것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 시절과 비교해 타격폼이 바뀌었다. 2013년(요코하마)과 2014년(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절 경기를 봤는데, 타격폼이 안 좋은 쪽으로 바뀌었다. 너무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강해 스윙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남의 조언보다는 자기 루틴을 따르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래도 내 말을 잘 듣고 마음을 잡으려고 했는데, 1군 가서 처음에 잘하더니 욕심 때문인지 스윙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도 "팀워크 문제가 아니라 방망이를 못 쳤다. 보내줄 사람은 빨리 보내야 하지 않겠다. 태도가 아닌 실력이 문제였다"며 "후보 없이 선수를 내보내진 않았다. 외야수로 보고 있다. 선수 자체가 실력이 있으면 어떤 유형이든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모건은 'T 세리머니' 하나만 남기고 한국을 떠나게 됐다. 2년 전 일본과는 정반대 행보였다. 당시 모건은 5월부터 대반전을 이뤄냈으나 이번에는 1군 재진입에도 실패했다. 이 감독은 "(김성근) 감독님께서도 지금 상태로는 팀에 도움이 되기 힘들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저 모건.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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