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나이저 모건, T-세리머니만 남기고 떠났다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T 세리머니'만 남기고 떠났다.

한화 이글스가 외국인 타자 나이저 모건이 결별한다.

한화 구단은 6일 KBO에 모건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사실상 퇴출이다. 이로써 모건은 한국 무대 10경기 만에 짐을 싸게 됐다. 반전을 노렸으나 현실은 슬펐다.

모건은 지난 1월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2007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첫발을 내디딘 모건은 워싱턴 내셔널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거치며 빅리그 통산 598경기에 출전, 타율 2할 8푼 2리 12홈런 136타점 120도루를 기록했다. 2009년 내셔널리그(NL) 타율 10위(0.307)에 같은 해 도루 2위(42개), 2010년 도루 3위(34개)를 기록했을 정도로 빠른 발의 소유자. 기대가 대단했다.

특히 2013년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서 108경기에 출전, 타율 2할 9푼 4리 11홈런 50타점을 기록했다. 당시 모건은 확고한 위계질서 속 공동체를 중시하는 동양식 예절을 제대로 배웠다. 김성근 한화 감독과의 첫만남서도 90도로 인사하던 예절바른 사나이였다. 김 감독도 "분위기 메이커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인사는 제일 잘하더라"며 만족해했다.

그러나 김 감독 특유의 강훈련을 따라가지 못해 캠프 기간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다. 이정훈 2군 감독이 모건의 훈련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모건도 잘 따라왔다. 정규리그 개막 직전 극적으로 1군 엔트리에 합류했고, 지난달 28일 넥센과의 개막전서 4안타를 터트리며 펄펄 날았다. 그뿐만 아니라 손으로 알파벳 T를 만드는 세리머니로 큰 화제를 모았다. 쇼맨십 하나는 역대 최고였다.

그게 전부였다. 이후 부진을 거듭했다. 결국 10경기에서 타율 2할 7푼 3리(33타수 9안타), 홈런 없이 5타점만 기록하고 2군에 내려갔다. 상황에 맞지 않는 과한 세리머니는 오히려 독이 됐다. 퓨처스리그서도 6경기 타율 2할 1푼 4리(14타수 3안타), 홈런 없이 1타점으로 시원치 않았다. 지난 1일 고양 다이노스전이 모건의 마지막 경기였다. 이후 닷새 만에 짐을 싸게 된 것. 야구팬들은 지난달 10일 이후 모건을 볼 수 없었는데, 앞으로도 한화에서는 그의 모습을 못 볼 것 같다.

어찌됐든 강한 인상을 남기고 떠난 것만은 확실하다. 두고두고 회자될 'T-세리머니' 말이다. "한 시즌은 100m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다. 페이스를 너무 빨리 끌어올리면 중반 이후 떨어진다. 천천히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던 모건이 한창 달아오른 타격감을 보여주기도 전에 떠났다.

[나이저 모건.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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