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의 5할' 허지웅 하차, '썰전'이 나갈 길은? [이승길의 하지만]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종합편성채널 JTBC '썰전' 2부가 내세우는 '비평'의 정체성을 상징하던 허지웅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썰전'에서 시사정치 이슈를 다루는 1부와 연예 이슈를 다루는 2부 사이의 저울추가 기운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최근 방송분인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1시간 16분의 '썰전' 분량 중 1부는 54분, 2부는 22분간 전파를 탔다. 비단 분량만의 문제는 아니다. 시청자의 평가 또한 출범 이후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1부와 달리, 2부는 그 신선함을 잃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다수다.

당초 '썰전'이 시청자로부터 호평을 받은 이유는 1부와 2부가 같다. 바로 해당 분야에 속한 내부 인물이 방송을 통해 그에 관한 속사정을 나눈다는 점이었다. 시사, 정치 분야를 다루는 팟캐스트 방송만 수백여 개가 난립하고 있고,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에서 쉴 새 없이 평론가들의 '썰'이 등장하는 가운데에도 '썰전' 1부가 여전히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이철희와 강용석이라는 토론자의 무게감과 균형, 그리고 이들이 말하는 정보의 가치가 여전히 담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2부는 초반과 현재의 상황이 달라졌다. 프로그램 초반 연예심판자는 개그맨 김구라의 폭로를 비롯해 연예계 내부고발자를 자처하는 MC들의 발언이 이어지며 연예뉴스와는 다른 종류의 가치를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을 언급하는 것에 부담감이 컸다"는 슈퍼주니어 김희철의 하차는 2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이후 2부는 '썰전'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정보를 전하기보다 흔한 연예 정보 프로그램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역할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한 것이 허지웅이었다. 대부분의 방송분은 허지웅의 분석과 비판, 그리고 타 MC들의 거들기로 이뤄졌다. 허지웅의 의견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는 이가 없기에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출연자가 가지는 성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포맷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균형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허지웅이 '썰전'을 떠났다. 제작진은 새로운 MC를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네티즌들은 평소 방송을 통해 얼굴을 비춰온 몇몇 문화평론가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또 한 편에서는 이번 기회에 2부를 중단하고 1부 위주로 '썰전'이 개편됐으면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초심을 담보할 수 있는 MC진 개편을 단행할 것인가, 첫 출범 당시 그랬던 것처럼 신선한 포맷을 개발할 것인가. 결국 '썰전'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방송인 허지웅, '썰전' 2부, 1부(위부터). 사진 = JTBC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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