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두산, 서울 라이벌의 '어린이날'은 전쟁이었다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올해도 어김 없는 승부다. 어린이날에 펼쳐지는 '서울 라이벌전'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전통의 빅매치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LG와 두산, 서울 라이벌의 어린이날 대결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G와 OB는 어린이날에 더블헤더를 벌였고 경기 막판 집중력이 앞섰던 OB가 더블헤더를 독식했다. 이후 1997년 OB-해태전, 2002년 LG-한화전이 열린 것을 제외하고 매해 어린이날엔 서울 라이벌전이 열리고 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두산이 11승 7패로 앞서고 있다. 지난 해에도 어린이날에 LG를 상대로 7-2로 승리한 두산이었다. 올해는 두산이 그 기세를 이을지, LG가 설욕의 한판을 벌일지 관심을 모은다. 어린이날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날이지만 서울 라이벌에겐 전쟁이나 다름 없었다.

▲ 8회에 터진 '루키' 조인성의 동점 3점포

1998년 어린이날. 잠실구장에는 3만 500명의 관중이 꽉 들어찼다. LG는 임선동, OB는 이경필을 각각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8회초까지 앞서고 있는 팀은 OB였다. OB는 3회초 정수근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선취했고 5회초 2사 2,3루 찬스에서 2루수 박종호의 실책을 틈타 3-0 리드를 잡았다.

7회까지 LG 타선을 2안타로 묶은 이경필은 8회말에도 등장했다. 한화에서 트레이드돼 LG 유니폼을 입고 첫 선발 출장한 정영규가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김동수의 우전 안타가 터졌지만 3루로 향한 정영규가 아웃되면서 LG의 기회는 무산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준용이 볼넷을 골라 어렵게 기회를 이어간 LG는 이종열 타석 때 대타 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조인성이었다. OB에 계약금 4억 5000만원을 받고 입단한 김동주가 있다면 LG엔 계약금 4억 2000만원을 받은 조인성이 있었다. 김동주는 개막전부터 주전으로 발탁된 반면 조인성은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포수 김동수가 있어 출전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조인성은 기다렸다는 듯 이경필의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3점포를 터뜨렸다. 그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은 이렇게 극적인 순간에서 탄생했다.

조인성의 한방이 없었다면 연장 승부도 불가능했다. LG는 10회말 김동수가 우중간 3루타를 터뜨리면서 승리를 예감했고 이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 등장한 박종호는 이전의 실책을 만회하는 '굿바이 사구'로 4-3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강병규의 사구에 고개를 숙인 OB 포수 김태형은 이제 두산 감독이 됐고 9회부터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승리투수가 된 차명석은 LG 수석코치로 함께 하고 있으니 세월의 흐름을 짐작케한다.

▲ 안경현의 끝내기 홈런

1년 전, 끝내기 사구를 내준 강병규는 1999년 어린이날 두산의 선발투수로 나섰다. 하지만 1이닝 4피안타 4실점으로 난조를 보였다. 이병규, 이종열, 김재현, 주니어 펠릭스 등 좌타자 4명으로 1,2,3,4번을 꾸린 LG의 전략이 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두산은 1회말 김동주의 좌월 2점홈런으로 3-4로 따라간 뒤 3회말 타이론 우즈의 중월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홍성흔의 2타점 좌전 적시타 등으로 7-4로 역전에 성공했다. LG가 6회초 이혜천의 폭투로 7-7 동점을 이루자 두산은 6회말 우즈의 좌중월 투런으로 다시 9-7 리드를 잡았다.

두산의 파워 만큼 LG의 집중력도 만만치 않았다. 7회초 펠릭스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한 LG는 8회초 2사 만루 찬스에서 진필중의 폭투로 9-9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LG는 9회초 김재현과 김동수가 나란히 좌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대타로 나온 허문회가 1루 땅볼, 신국환이 3루 땅볼에 그쳐 역전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온 차명석은 9회말에도 등장했고 1아웃에서 등장한 안경현이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려 승부의 종지부를 찍었다. 안경현의 시즌 2호 홈런은 끝내기 홈런으로 기록됐다. 차명석은 6연승 끝에 기록한 시즌 첫 패였다.

▲ 홍성흔의 끝내기 안타

2005년 어린이날에도 어김 없이 만난 LG와 두산은 각각 김광삼과 이혜천을 선발투수로 내세워 한판을 치렀다. 선발 대결은 김광삼의 우위였다. 김광삼은 6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 제 몫을 했다.

LG는 2회초 1사 만루 찬스에서 이병규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선취하고 박경수의 좌전 안타로 두 번째 점수를 뽑았다. 두산은 3회말 임재철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만회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야구는 9회말부터였다. 2-3으로 뒤지던 두산은 9회말 1아웃에서 장원진이 좌전 안타를 터뜨렸고 대주자 윤승균이 2루 도루에 성공하면서 LG 배터리를 흔들었다. LG 마무리투수 신윤호는 최경환과 김동주를 모두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홍성흔이 주자 2명을 득점시키는 우중간 역전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두산 팬들을 열광시켰다. 당시 20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홍성흔이기에 더욱 값진 한방이었다.

▲ 치명적인 한판도 있었다

두산의 마지막 우승으로 남은 2001년엔 어린이날 LG를 상대로 16점을 폭발하는 엄청난 타력을 보여주었다. 6회말 공격에서만 10득점을 올렸고 김민호는 프로 데뷔 첫 만루홈런을 쏘아 올렸다. 결과는 두산의 16-5 승리.

LG는 2009년 어린이날에 1회초 박경수의 3점포 등으로 5득점하면서 기선을 제압하더니 결국 1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심수창은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시즌 3승째. 로베르토 페타지니의 합류로 LG 타선이 불을 뿜는 시기였다.

LG 팬들에겐 2011년 어린이날도 기억에 남을 것이 분명하다. 4-4 동점이던 8회초 이병규의 스리런이 터지는 등 8점을 폭발하며 12-4로 크게 이긴 것이다. 경기 후 이병규는 관중석을 향해 '사랑의 하트'를 날리기도 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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