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2조원 경제효과 거품에 낀 서글픈 자화상[곽명동의 씨네톡]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경제효과’라는 유령이.

IMF 이후 모든 것은 경제로 수렴됐다. 수익이 나지 않으면 ‘쓸모없음’으로 낙인 찍었다. 모든 것은 수익의 잣대로 평가됐다. 경제효과는 만물의 복음이었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동계올림픽 등 스포츠 분야는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 교육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경제효과를 내세워 국민을 몰아세웠다.

경제효과 망령이 점령군처럼 득세하는 곳은 대학이다. 인문학은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인구론(인문계 90%는 논다)까지 등장했다. 이러다가 대학의 인문학은 씨가 마를 것이다. 인문학의 경제효과는 아무도 계산하지 않는다. 단지 취업률이 기준선이다. 기준선에 미치지 못하면 철학을, 문학을, 인문학을 헌신짝처럼 버린다. 철학과 문학과 인문학은 당신들의 주판알이 범접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인간 삶의 마르지 않는 샘물이고, 인류 문명을 지탱하는 뿌리다. 샘물을 파내고, 뿌리를 뽑아내면 대학의 미래는 없다.

경제효과 타령은 봄비에서도 울린다. 지난 3월 31일 봄비로 인해 미세먼지가 씻겨나가는 등 대기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생겨 약 2300억원 상당의 경제효과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러다 섭씨 20도의 쾌청한 날씨가 국민건강에 끼치는 경제효과까지 등장할 태세다. 인간을 둘러싼 모든 것을 경제적 수치로 환산하려 들까봐 두렵다.

황현산 문학평론가는 “어느 인디언 추장의 말을 흉내내자면, 봄비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어머니, 아버지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라며 탄식했다.

경제효과 유령은 영화판에서도 돌아다닌다. ‘어벤져스2’의 한국촬영은 할리우드의 현지화 전략의 일환일 뿐이었는데, 관계기관은 2조원의 경제효과를 내세워 16일 동안 도로를 통제하고, 버스 노선 등을 조정했다. 2조원짜리 경제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극장에 몰려든 관객은 쓴맛만 다셨다. 급기야 경제효과를 산출했던 관광공사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경제효과 산출식이나 모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실토했다.

2조원 뻥튀기의 더 큰 문제는 영화를 경제효과로 인식하게끔 만들었다는 데 있다. 관객은 영화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서울이 얼마나 나오는가에 신경썼다. 영화를 영화 본연의 모습이 아니라 경제효과의 잣대로 관람케했다.

충무로도 경제효과에 잠식당한지 오래다. 일찌감치 공고해진 수직계열화가 대표적인 예다. 수익이 나지 않을만한 영화는 일찌감치 투자 대상에서 배제된다. 이런 환경에서 제2의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는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한국영화의 강점이었던 실험정신과 다양성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영화는 산업 이전에 문화다. 문화가 아니라 산업으로 접근하는 순간, 영화는 ‘꿈의 공장’이 아니라 ‘돈의 공장’으로 전락한다. 경제효과 타령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사진 = '어벤져스2' 서울 촬영 현장. 마이데일리 사진 DB]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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