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비정상 훈련, 그 속의 체계성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궁금했다. 정말 하나외환은 비정상적인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일까.

2014-2015시즌 중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하나외환 박종천 감독은 "정상적인, 과학적인 훈련으로는 안 된다. 비정상적인, 비과학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시즌이 끝난 뒤 환골탈태하기 위해 파격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의미. 박 감독은 하나외환이 강해지려면 다른 팀과 비슷한 수준의 노력과 투자를 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4-2015시즌 5위를 차지했다. 마지막 7라운드서 전승했지만, 이미 순위가 결정된 뒤였다. 아직 창단 후 단 한번도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지 못했다. 신지현, 강이슬, 김이슬, 이령 등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많이 보유했지만, 세부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하나외환에서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박 감독은 사활을 걸었다. 지난 1일 하나외환의 서울 청운동 숙소를 찾아갔다.

▲기초체력 업그레이드

말은 비정상이라고 했지만, 사실 훈련을 비정상적으로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기본적으로 훈련 강도를 높였고, 개개인에게 필요한 훈련을 추가했다. 일단 훈련을 4월12일부터 시작했다. 박 감독은 애당초 4월 초에 훈련을 소집하려고 했지만, 약간 늦췄다. 그래도 정규시즌이 끝난 뒤 1개월 정도 쉬면서 재충전을 확실히 마쳤다.

전력구성에 변화는 없다. FA로 풀린 간판스타 김정은을 비롯해 박은진, 홍보람, 염윤아를 모두 붙잡았다. 박은진과 정선화가 부상과 재활로 팀 훈련에 빠진 상태지만, 사실상 베스트 전력이 함께 훈련 중이다. 서서히 전력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일단 기초체력을 확실히 끌어올리고 있다. 장기레이스를 치르기 위해선 체력과 파워를 장착해야 한다. 현재 하나외환은 야간훈련을 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새벽(토요일 외박으로 일요일은 제외) 5시30분부터 서울 청운동 숙소 뒤에 있는 안산을 오른다. 지구력을 끌어올리는 작업.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뛰어서 오른다. 단체훈련에 참가 중인 선수 중에선 아픈 선수가 없기 때문에 전원 참석. 박 감독과 신기성 코치, 정선민 코치도 매일 함께한다. 효과는 매우 좋다. 선수별 일지를 데이터화하고 있다. 박 감독은 "안산은 내가 연세대 시절부터 뛰어다녔던 산이다. 여기가 공기도 맑고 좋다. 굳이 산악훈련을 하러 다른 곳에 갈 필요는 없다"라고 했다.

지난주까진 오전과 오후에 걸쳐 웨이트트레이닝과 볼을 갖고 할 수 있는 간략한 훈련만을 실시했다. 특히 웨이트트레이닝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박 감독은 "다른 몇몇 팀은 벌써 볼 운동(전술훈련을 의미)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우리도 다음주부터는 볼 운동 강도를 높일 것이다. 아직은 웨이트트레이닝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여자농구에선 간과됐다. 최근엔 점점 강화되는 추세. 현대농구는 손과 팔의 위험한 접촉이 아니라면, 격투기 수준의 몸싸움이 벌어진다. 여전히 KBL, WKBL 심판들은 몸싸움에 휘슬을 많이 불고 일관성도 떨어진다. 하지만, 한국농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벌크업으로 파워를 키워놓지 않으면, 그래서 몸과 몸의 접촉을 이겨내지 못하면 테크닉의 업그레이드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박 감독도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전 선수가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벌크업에 돌입했다. 트레이닝 코치는 물론, 신 코치와 정 코치가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실점을 줄여야 한다

몸을 확실하게 만들어놓으면 전술훈련을 통해 테크닉을 끌어올려야 한다. 시즌에 사용할 세부적인 전술도 가다듬어야 한다. 박 감독은 "점점 공을 갖고 하는 훈련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어느 시점에 돌입하면 산악훈련, 웨이트트레이닝 강도가 약간 줄어드는 대신 야간훈련이 추가되는 등 훈련 메뉴얼에 탄력적인 변화가 생길 전망.

박 감독은 "시즌 막판 연승을 하면서 선수들이 이기는 맛을 알았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이기는 맛을 아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이젠 팀 자체가 강해져야 한다"라고 했다. 팀이 강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수비강화를 제시했다. 박 감독은 "결국 실점을 줄이지 않으면 팀이 강해질 수가 없다"라고 했다. 하나외환은 지난 시즌 해결사 엘리사 토마스를 앞세워 평균 67.1득점(2위)했다. 하지만, 평균 69.0실점(5위)했다.

박 감독은 시즌 중에도 "젊은 선수들이 지역방어는 그럭저럭 따라 하는데, 1대1 수비력이 떨어진다"라고 했다. 자원이 적은 여중, 여고농구 특성상 프로에 진출할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은 수비를 거의 하지 않는다.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다 5반칙을 당하면 선수도 부족해질 수 있고, 팀 전력도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 그래서 6개구단 코칭스태프들은 신인들이 입단하면 수비 기본기를 다시 가르친다. 박 감독 역시 이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도 했지만, 이번에도 또 해야 한다. 그는 "똑같은 연습을 수천, 수만번 해야 실전에서 1번 써먹는다. 완전히 몸에 익혀야 한다"라고 했다. 신지현, 강이슬 등의 1대1 수비 테크닉이 업그레이드 돼야 개인의 경쟁력은 물론, 하나외환 전력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박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하나외환은 5월 중순 지방에서 워크샵을 갖는다. 그 외엔 청운동 숙소에서 계속 담금질을 할 예정이다. 또한, 8~9월엔 해외 전지훈련도 치른다. 박 감독은 그와는 별개로 기동력을 갖춘 빅맨과 득점력이 있는 포워드로 외국선수 자료를 수집 중이다. 그는 "6월 말 대표팀에 차출되는 선수가 나오기 전까진 최대한 훈련 페이스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비정상적 훈련, 알고 보니 정상 속의 비정상이다.

[하나외환 훈련 모습. 사진 =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