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구 1위 눈 앞' SK 최정이 걸어온 길 [고동현의 1인치]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최정(SK 와이번스)은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왔다. 2007년부터 SK 주전 3루수로 거듭난 그는 공격과 수비를 갖춘 국내 최정상급 3루수로 인정 받았다. 2008년 한국시리즈 MVP도 그의 몫이었다. 국가대표로도 2009년과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으며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 특례 혜택까지 받았다.

최정을 설명하며 공격과 수비를 갖춘 3루수, FA 대박 외에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바로 몸에 맞는 볼이다.

성공적인 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최정이지만 프로 경력이 아주 길지 않은 탓에 통산 경력에는 대부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딱 하나, 몸에 맞는 볼 분야만큼은 벌써 통산 1위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마그넷정'이란 별명에서 보듯 최정은 프로 생활내내 맞고, 또 맞았다. 사구(死球)라 불릴 정도로 타자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최정은 11번째 시즌만에 역대 프로야구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몸에 맞는 볼 개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정의 몸에 맞는 볼과 관련한 기록들을 살펴본다.

[사실 1] 158개로 3위, 올시즌 안에 1위 올라설 듯

될성 부른 떡 잎(?)이었다. 2005시즌 5개 볼넷을 기록하는 동안 2개의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낸 최정은 이듬해 92경기에 나서 7개의 몸에 맞는 볼을 추가했다. 볼넷 14개에 몸에 맞는 볼 7개라는 놀라운 비율이었다.

붙박이 주전으로 거듭난 2007년부터 무서운 속도로 몸에 맞는 볼 개수를 늘렸다. 2007년 11개에 이어 2008년 17개, 2009년 22개, 2010년 20개, 2011년 20개, 2012년 21개, 2013년 24개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그동안 KBO리그에서 전무했던 5년 연속 20사구 기록도 세웠다.

다른 타격성적의 경우 기복이 있었지만 몸에 맞는 볼 순위만큼은 2009년, 2011년, 2013년 1위, 2010년과 2012년 2위 등으로 꾸준했다. 부상으로 82경기 밖에 나서지 못하며 12개에 그친(?) 지난 시즌에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시즌 22경기에서 2개를 추가하며 158개. 어느덧 통산 1위가 눈 앞에 왔다. 통산 1위는 박경완의 166개, 2위는 박종호의 161개다. 4개를 더 맞으면 단독 2위, 9개를 더 맞으면 통산 단독 1위가 된다. 풀타임을 뛰었을 때 20개 가량 맞았던 예전 기록을 볼 때 올시즌 안에 통산 1위 등극이 유력하다.

[사실 2] 통산 26.9타석 당 1개 압도적 1위

몸에 맞는 볼 통산 10위내 중 현재도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최정, 단 한 명 뿐이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가 129개로 통산 10위에 올라있을 뿐 1위부터 9위 중 최정을 제외한 모든 인물은 이미 은퇴했다.

박경완과 박종호도 뛰어 넘을 수 없는 숫자가 바로 '타석 당 몸에 맞는 볼'이다. 최정은 4일 현재 통산 4257타석에 들어서 158개를 기록했다. 26.9타석 당 1개를 맞은 것. 박경완의 경우 7326타석에서 166개를 맞아 44.1타석 당 1개, 박종호는 5901타석에서 161개를 기록해 36.7타석 당 1개였다.

통산 4위인 김한수(148개)는 39.5타석 당 1개, 통산 5위 김동주(147개) 역시 44.8타석 당 1개에 불과하다.

[사실 3] 송승준에게 가장 많이 맞아

최정은 총 116명의 투수에게 몸에 맞는 볼을 맞았다. 한 차례 몸에 맞는 볼을 내준 투수가 84명으로 가장 많으며 2차례 기록한 투수가 25명이었다. 최정을 상대로 3번 몸에 맞는 볼을 내준 투수는 봉중근(LG 트윈스), 송신영, 양훈, 이정훈(이상 넥센 히어로즈), 임준혁(KIA 타이거즈) 등 5명이다.

이제 2명이 남는다. 2위는 브랜든 나이트로 통산 4개를 기록했다. 싱커 등 역회전하는 공을 많이 던지는 유형이기에 나온 결과로 보인다. 그렇다면 1위는 누구일까. 바로 송승준(롯데 자이언츠)이다. 송승준은 통산 최정과 67차례 만나 5개의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13.4타석 당 1번.

타석당 비율로 따지면 임준혁이 눈에 띈다. 18차례 만나 3번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116명의 투수 중에는 류현진(LA 다저스)도 포함돼 있다.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통산 5154타자를 상대해 23개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다. 이 중 한 번이 최정 몫이었다.

외국인 투수는 21명이었다. 나이트를 필두로 맷 랜들, 릭 구톰슨, 게리 레스, 다니엘 리오스, 브라이언 매존 등 추억의 이름들도 보인다. 메이저리거로 복귀한 레다메스 리즈(피츠버그 파이어리츠)도 두 차례 최정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으며 2006년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버디 칼라일(뉴욕 메츠) 역시 최정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투수 중 한 명이다.

팀별로 보면 두산이 24개로 가장 많으며 KIA가 23개, LG가 22개, 롯데와 한화가 21개로 뒤를 잇고 있다.

[사실 4] 1G 2몸에 맞는 볼 6번, 5일 연속 기록하기도

한 번 맞아도 고통스러운 몸에 맞는 볼. 워낙 많이 맞는 최정이기에 하루에 두 번 맞은 경우도 몇 차례 있었다. 다행히 1경기 3몸에 맞는 볼은 아직까지 없다.

2010년 8월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양훈, 윤경영에게 처음 1경기 2몸에 맞는 볼을 기록한 이후 2011년 4월 6일 잠실 LG전, 2011년 9월 3일 문학 두산전, 2012년 9월 16일 문학 KIA전, 2013년 4월 3일 잠실 두산전, 2013년 9월 3일 잠실 LG전에서 이를 되풀이했다.

'일주일 내내' 맞은 적도 있었다. 2011년 6월 7일 목동 넥센전에서 김상수에게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최정은 6월 8일 나이트에게, 6월 9일 마정길에게 맞았다. 또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노경은에게, 11일에는 서동환에게 또 맞았다. 한 시즌에 5번 맞지 않는 선수도 있는 가운데 일주일동안 이를 기록한 것.

야구공의 위험성을 봤을 때 경기에서 몸에 맞는 볼이 많이 나오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를 하다보면 나올 수 밖에 없는 일이기도 하다. 또 뛰어난 타자일 수록 상대가 한 가운데 몰리는 공을 던지지 않기 위해 더 깊숙이 승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정 본인에게는 '피하고 싶은 통산 1위'일 수도 있지만 이는 그만큼 최정이 뛰어난 타자라는 것을 방증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최정이 SK를 대표하는 중심타자로 활약하는 한 최정의 몸에 맞는 볼 개수는 앞으로도 자연스레 늘어날 듯 하다.

▲ 통산 몸에 맞는 볼 순위 (타석당)

1. 박경완 166개 (44.1타석)

2. 박종호 161개 (36.7타석)

3. 최정 158개 (진행형, 26.9타석)

4. 김한수 148개 (39.5타석)

5. 김동주 147개 (44.8타석)

6. 송지만 145개 (52.4타석)

7. 김재현 133개 (51.5타석)

8. 장종훈 131개 (56.3타석)

9. 김동수 130개 (53.4타석)

10. 이대호 129개 (36.4타석)

[SK 최정.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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