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 트레이드’ kt, 구단 운영 비전은 무엇인가 [강진웅의 퍼펙트게임]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왜 그렇게 다급했을까. kt 위즈가 구단의 10년을 이끌어 줄 투수라는 평가를 받던 박세웅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했다. 이준형에 이은 또 한 번의 유망주 트레이드 카드였다. 결과가 아직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구단의 장기적인 운영 비전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kt다.

kt는 지난 2일 밤 “투수 박세웅(20), 이성민(25), 조현우(21), 포수 안중열(20)을 내주고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투수 최대성(30), 포수 장성우(25), 윤여운(25), 내야수 이창진(24), 하준호(26)를 받는 4대5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kt는 “투수리드와 공격력이 우수한 장성우, 주력과 장타력을 보유한 좌타자 하준호를 영입해 타선을 강화하고 강속구를 보유한 최대성의 영입으로 투수진을 강화했으며,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윤여운, 이창진을 영입하여 백업 자원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총 9명이 연관된 초대형 트레이드이지만 사실 집중된 것은 박세웅과 안중열, 그리고 장성우다.

이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단연 박세웅이다. 박세웅은 시즌 전부터 지금까지 ‘kt의 10년 이상을 이끌 프랜차이즈 스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kt를 상대하는 감독들도 박세웅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향후 KBO리그를 이끌 뛰어난 투수라며 탐내던 투수였다.

이에 박세웅은 kt의 ‘트레이드 불가 자원’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랬던 박세웅이 1군 진입 1년도 안 돼 팀 성적 반등을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됐다.

박세웅은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북부리그 다승왕(9승)을 차지했다. 비록 올 시즌 1군 무대 첫 시즌에서 6경기에 나와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5.79의 성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형 투수가 되기 위한 성장통으로 여겨졌다.

특히 박세웅은 지난 1일 NC와의 홈경기에서 7이닝 동안 2자책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바닥을 치고 1군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순간이 기대됐다.

시즌 중 kt 조범현 감독은 “박세웅이 아직 운영 능력이 떨어지지만, 경기에서 선배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박세웅의 프로 데뷔 첫 승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박세웅 본인의 탓만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박세웅 본인은 패배 후에도 자신이 못 던진 경기를 세밀하게 분석하며 더 나은 투구를 위해 분석을 거듭했다. 또 안 좋은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는 좋은 자세도 가졌다. 항상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던 박세웅이다.

그러나 이제 박세웅은 당장 3일부터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겸비한 포수인 장성우를 얻기 위해 박세웅은 트레이드 카드로 쓰였다.

물론 장성우가 롯데에서 강민호에 밀려 제대로 된 기회를 갖지 못한 면이 있다. 또 장성우를 얻는다면 현재 침체돼 있는 타선을 강화할 수 있고, 장성우의 투수 리드 능력을 보완한다면 투수진도 동반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다. kt도 이 같은 점을 노리고 트레이드를 했으나 아직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이번 트레이드로 박세웅과 함께 kt의 미래를 책임질 포수로 평가받던 포수 안중열도 롯데로 갔다. 아직까지 공수 모두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안중열도 kt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포수였다.

안중열은 올 시즌 용덕한의 백업 포수로 활약하며 20경기에 출전, 타율 1할4푼8리 1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기록이 전부가 아니다. 묵묵히 훈련을 하고 경기에 나서며 박세웅과 함께 kt의 ‘미래의 배터리’로 불렸던 선수다. 그러나 이제 안중열도 kt에 없다.

kt 프런트와 조범현 감독도 현재 3승 24패로 압도적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팀 성적이 걱정됐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트레이드 카드를 맞춰보며 수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이번 대형 트레이드가 결과로 나왔다.

하지만 시즌 전부터 kt는 전력 보강 기회를 이미 놓쳐버렸다. 자유계약시장에서는 수많은 대형 FA 선수들을 놓치고 김사율과 박경수, 박기혁을 영입하는데 44억 1000만원을 썼다. 외국인 선수 4명을 영입하면서도 다 팀의 외국인 선수 한 명의 연봉보다 훨씬 적은 돈을 썼다. 기대보다 훨씬 적은 지출이었다. 재계 순위 11위의 모기업인 kt를 둔 구단의 지출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소극적인 모습이었다.

물론 많은 지출이 반드시 좋은 성적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kt의 소극적인 투자는 왜 야구단을 창단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행보였다.

kt는 올 시즌 두 번의 트레이드로 박세웅, 안중열, 이성민, 이준형, 조현우라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클 수 있는 선수들을 모두 잃었다. 또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팀 성적과 무관하게 열렬히 응원해 온 수원 팬들의 팬심도 잃었다. 시즌 전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다급한 상황이 되자 팀의 미래 자원들을 모두 트레이드 카드로 쓰는 최악의 상황을 낳았다.

kt 위즈의 모그룹은 올해 1분기 실적이 대폭 상승되며 ‘황창규 회장의 마법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야구단 운영에서는 마법은 커녕 구단을 계속해서 운영할 의사가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kt 위즈 홈페이지에는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근성 있는 구단’이 되겠다는 구단의 비전이 나와 있다. 그러나 kt가 꺼내든 잇따른 두 번의 트레이드는 과연 이 같은 비전을 실행할 생각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연 kt는 어떤 야구를 펼치고 싶은 것일까. 트레이드 손익 계산을 떠나 다소 당황스러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kt다.

[박세웅(첫 번째 사진), 안중열(두 번째 사진).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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