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어쿠스틱, "우리 음악? 인디와 대중 사이 어딘가"(인터뷰)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인디와 대중음악의 경계가 모호해 지고, 음악 리스너들의 취향이 폭넓어진 가운데 추천하고픈 밴드가 있다. 바로 혼성밴드 바닐라 어쿠스틱. 작곡, 작사 및 프로듀싱을 맡고 있는 바닐라맨(본명 정재원)과 메인보컬 성아(이성아), 타린(한재원)으로 이뤄진 바닐라 어쿠스틱은 자신들의 음악과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 그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바닐라 어쿠스틱은 지난 17일 정규 3집의 마지막 작품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1분도 못버텨'를 비롯해 '론리 드라이브'(Lonely Drive), '그런 사람'(Hello), '언제쯤일까요', '러브럽' 등 총 7곡이 수록됐다. 이 곡들은 모두 바닐라맨의 작품인데, 최근 맞이한 이별에 아픔이 담겼다.

바닐라맨은 "올 초 여자친구와 헤어졌어요. 곡을 만들어야 하는데, 감정이 끓어 올랐죠. 일부러 감성을 끄집어 낼 필요가 없었지만, 진정이 잘 안 될 때도 많았어요. 어떤 면에선 좋은 거였지만, 정신적으론 사실 많이 힘들었어요"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너무나 식상한 얘기지만 사람은 외로운 동물이잖아요.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외로움을 마주보게 된 계기가 있었죠.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거 같았어요. '외로움이 이런 거구나' 절실히 생각했죠"라고 덧붙였다.

그리스어로 행복을 뜻하는 '에우다이모니아'는 바닐라 어쿠스틱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드러낸다. 사람은 행복에 대한 갈구가 있고, 그를 위해 길을 나선다. 그렇지만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선 수 없이 많은 외로움을 통과해야 하고, 그 외로움을 겪은 사람이어야 비로소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바닐라 어쿠스틱은 이번 앨범에 대해 "외로움은 이 앨범을 관통하고 있는 감정이에요. 다만 이 앨범은 '이 노래 듣고 더 극도로 외로워지세요'가 아니라 '사람은 모두 외롭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다 외로우니 당신도 그럴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었죠"라고 소개했다.

'외로움'에 대해 논하던 바닐라 어쿠스틱은 저마다 외로움을 떨치는 방법을 꺼내 놨다. 바닐라맨은 "바쁘고 몸이 힘들고 그러면 외로움이 어느 정도 가시는 것 같아요. 아니,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죠"라고 말했고, 성아는 "외로울 땐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놀자, 술 먹자' 하는 것 같아요. 그냥 집에 있는 것 보다는 밖에 나가서 스스로 환기를 시키는 게 좋죠"라고 덧붙였다. 막내 타린은 "저도,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전화해서 제 얘기를 조금만 하면 마음이 많이 풀리는 거 같아요. 다들 제 얘기를 잘 들어주시니까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벌써 데뷔 8년차를 맞이한 바닐라 어쿠스틱은 정체성을 좀 더 확실히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바닐라 어쿠스틱은 "저희가 하는 음악이 대중가요에서 동떨어져 있거나 치우쳐져 있지 않아요. 저희 음악색깔과 대중들의 취향 그 중간 어딘가에 있죠. 인디신의 음악이 말랑말랑하거나 달달할 거라고만 생각하고 안 들으시는 분들도 계신데 저희 노랜 그렇지 않은 곡들도 많고, 대부분의 대중들이 좋아하실 만한 곡들이 많아요. 저희 이름으로만 판단하지 마시고, 음악을 들어주세요"라고 당부했다.

바닐라 어쿠스틱은 오는 6월 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팬들을 만난다.

[밴드 바닐라 어쿠스틱. 사진 = 쇼파르뮤직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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