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 막말 사태가 방송인들에게 던지는 경고 [장영준의 망중한]

[마이데일리 = 장영준 기자] 이달 초, 개그맨 장동민의 '막말 논란'이 인터넷에서 뜨겁게 회자되고 있을 무렵,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주고 받는 말을 들었다. 넥타이 차림의 직장인들은 "남자들끼리 원래 그런 말 자주 하지 않나?" "그냥 재밌으라고 한 말에 너무 과민반응인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들은 한 개그맨이 던진 막말을 그저 대중을 웃기기 위해 던진 농담 쯤으로 치부하며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막말이 개그로 둔갑하는 세상이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인격을 모독하는 말이 버젓이 개그의 외양을 두르고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대중도 이런 막말에 익숙해졌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발언은 이제 케이블을 넘어 지상파에도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자극에 길들여진 대중은 일부 연예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막말'에 무뎌지고 있다. '막말'을 개그로 착각하는 현상은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개인주의와도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얘기만 아니라면 그저 듣고 웃어 넘기면 된다는 식이다.

지난해 8월 팟캐스트 라디오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의 장동민 역시 그저 웃기기 위해 다소 수위가 높은 발언들을 쏟아냈다. 해당 발언들이 논란이 되면서 장동민 개인 뿐 아니라, 소속사까지 나서 재차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비난은 계속됐다. 이처럼 논란과 비난이 계속되는 것은 아직까지 이런 자극적인 발언들을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다수가 존재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장동민의 발언이 논란이 되기 전 김구라와 김진표도 과거 발언으로 발목이 잡혀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김구라는 자신이 진행하던 인터넷 방송에서, 김진표는 케이블 방송에서 각각 논란의 발언을 그저 '웃기기 위해' 던졌다가 비난을 받았다. 앞선 사례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장동민은 경각심을 느끼지 않았다. 과거에 비해 인터넷 방송이 더욱 발달한 요즘, 정화되지 않은 막말은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장동민 사태는 일종의 경고 신호다. 단순히 장동민 개인의 실수를 넘어 현재 방송을 업으로 삼아 살아가는 이들에게 대중이 휘두르는 매서운 회초리다. '막말'과 '개그'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방송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는 말은 적정한 수위를 지켰을 때나 통하는 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그맨 장동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장영준 digou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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