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김혜수 “칸 초청 처음, 아직 와닿지 않아요” (인터뷰)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칸 국제영화제에 우리 영화를 출품한지 몰랐어요. 언론시사회 끝나고 밤에 초청된 걸 알았어요. 일단은 딱 거기까지에요. 홍보 일정으로 바빠서 갈지 안 갈지 이야기 해보지 못했거든요. 아직 와 닿지 않는 것 같아요. 그보다 감독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기분이에요.”

김혜수가 처음으로 칸 국제영화제의 부름을 받았다. 오는 29일 개봉되는 영화 ‘차이나타운’이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것. ‘차이나타운’은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여자의 생존법칙을 그린 영화다. 김혜수가 차이나타운을 지배하는 조직의 보스인 엄마, 김고은이 쓸모없어 지하철 10번 보관함에 버려진 아이 일영 역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때 꽤 충격적이었어요. 어쨌든 여성이 주체가 되는 건 반갑지만 사실 둘 다 유래가 없는 캐릭터였거든요. 범죄가 개입된 영화, 느와르 형태의 영화들을 많이 봤지만 좀 다른 느낌이 있었어요. 꽤 강렬하고, 정서적으로 세고, 충격적인데 만만하지 않고, 그런데 잘 짜인 느낌이었죠.”

매력만점 시나리오를 본 후에는 시나리오를 쓴 사람에게 궁금증이 일었다. 그 주인공은 연출은 맡은 한준희 감독. 출연을 결정할 때 감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시나리오에 반해 선뜻 신인감독의 러브콜에 응했다. 이후 촬영장에서 만난 한준희 감독은 김혜수의 믿음에 부응했다. “현장에서 진짜 좋았어요”라고 회상했을 정도로 출중한 감독이었다.

시나리오가 좋았던 만큼 엄마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외형적 변화들을 먼저 제안했다. 극 중 엄마는 김혜수의 몸에 보형물을 덧대 실제보다 거구로 표현됐다. 얼굴에 주근깨도 그려넣었고, 하얗게 세고 뻣뻣한 머리로 탈바꿈했다. 촌스러운 무늬의 옷도 챙겨 입었다. 환상 속 인물 같은 엄마를 현실로 끌어내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몸이 완전히 망가지고 무너진 상태, 최정점의 에너지를 넘어선 상태가 엄마의 몸에서 표현되길 바랐다.

“실제 그런 모습이길 원해 제안을 많이 했어요. 이를테면 엄마가 입고 있는 옷이 과거 누군가가 입었을 것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10년, 20년, 30년 전에도 그리고 엄마의 청소년기에도 이런 모습이었으면 했죠.”

‘차이나타운’의 엄마 역은 김혜수 스스로도 “이렇게 센 역을 마주하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여배우로서 만나기 힘든 캐릭터다. 쓸모없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에서 그보다 더 냉혹한 갑옷을 입고 있는 인물이 엄마다. 하지만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엄마가 그래왔던 것처럼, 엄마에게 불필요한 사람이 아님을 인정받으려 했던 차이나타운의 일원들처럼 우리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차가운 현실에서 살고 있다.

“배우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쓸모 있느냐 없느냐가 매번 검증되고 드러나죠. 이런 부분에서도 일치하는 게 있어요. 나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죠. 난 쓸모 있는 사람인가, 아직까지 쓸모가 있나,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를 생각하다 그만두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 자화상 같은 느낌도 들어요. 우리가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굉장히 기괴하고 일그러진 자화상 같은 느낌이요.”

[배우 김혜수. 사진 = CGV아트하우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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