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10주년, 시청자는 ‘모험하는 톰 소여’를 원했다[MD칼럼]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모험을 잃어버린 시대다. “이제 모험을 한 번 해보려고”라고 말하면, 당장 “미쳤구나”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누구나 ‘안정된 삶’을 꿈꾼다. 초중고 12년을 지옥처럼 보내고 이제 대학 4년도 모자라 5년, 6년씩 다니며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의 좁은 관문을 향해 청춘을 바친다. 사회는 이리저리 부딪히며 모험하는 돈키호테가 아니라, 이리저리 눈치 잘보고 시키는 일 똑바로 하는 얌전한 인간을 원한다.

IMF 이후 바뀐 풍경이다. 대다수가 살벌한 생존 경쟁 속에 내던져졌다. 살아남기 위해선 순종해야 했고, 얌전해야 했다. 사회가 활력을 잃으니 TV도 거기에 따랐다. 2000년대 중반까지 TV 예능은 신변잡기식 토크쇼가 주류를 이뤘다. 말 잘하는 게스트가 나와 유머감각을 제대로 터뜨리기만 하면 예상대로의 시청률이 나왔다. 아무도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지 않았다.

2005년 4월 23일 김태호가 등장했다. TV 예능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그는 ‘모험하는 인간’이었다. 돈키호테였고, 톰 소여였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잠재돼 있는 ‘모험 DNA’를 일깨웠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등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남자를 자처하는 방송인들을 내세워 기상천외한 모험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말이 아니라 몸으로, 안정이 아니라 파격으로, 안주가 아니라 도전의 길로 달려나갔다.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자신에게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른 채 살았던 ‘모험 DNA’를 무한도전에서 발견했다. 그 모험은 무려 10년간 이어졌고, 앞으로 더 많은 시간 동안 이어질 것이다.

지난 25일 무한도전 10주년을 맞아 다시보고 싶은 특집 1위로 정준하는 레슬링 특집, 하하는 토토가 특집, 정형돈은 댄스 스포츠 특집을 점쳤다. 그러나 시청자는 무인도를 택했다.

왜 그랬을까. 멤버들의 ‘원초적 모험’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편하게 잠잘 곳도 없는 공간에서 어떻게하든 살아남은 멤버들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리얼 버라이어티의 신세계를 열었던 무한도전이 다시 야생의 모험을 즐기라는 뜻이다. 10년의 성공에 만족하지 말고, 다시 10년의 미래를 위해 도전하라는 응원이다.

인간은 모험하는 존재다. 저 멀리 원시시대부터 모험하는 인간만이 진화에 적응해 살아남았다. 무한도전은 모험의 의미와 재미를 일깨워줬다. 김태호 PD와 무도 멤버들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 다른 모험의 세계를 펼칠 것이다. 미시시피강을 오가며 모험의 삶을 살았던 톰 소여처럼.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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