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웹툰과 열애중②] '미생' 김원석PD "원작을 100% 따라갈순 없다"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웹툰 원작 드라마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충분히 살렸고, 그 안에 캐릭터들은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의 눈으로 재탄생했다.

당초 김원석 PD가 만들려고 했던 드라마는 ‘미생’이 아니었다. 음악 드라마를 콘셉트로 실패했던 사람이 재기하는 이야기였다. 그때 ‘미생’을 봤고, 이 작품보다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장그래가 세상에 대한 울분을 누르면서 스스로 이겨내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미생’을 드라마로 만들려고 했을때 회사에서는 대중적인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도 만들었죠. 윤태호 작가를 설득해야 했어요. 당시 많은 방송사에서 ‘미생’을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고, 원작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죠. 장그래와 오차장의 버디물로 생각을 했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드라마 ‘미생’이 탄생했어요.”

웹툰을 드라마로 옮기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원작의 분위기와 캐릭터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드라마만의 특생을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또 상상으로 채워진 부분을 영상으로 매워야했다. “웹툰이 있으니 이미 콘티 작업이 끝난거 아니냐”는 말도 들어야 했다.

“글이나 만화는 상상을 하게 만들어요. 실사 그림이 아닌 만화는 만화가에 의해 재해석된 작품이죠. 소설이 100% 상상이라고 하면 웹툰은 적어도 30%, 많게는 절반 이상 상상하게 만들죠. 예를 들어 안영이라는 캐릭터는 엄청 예쁘고 능력적인 면에서도 넘사벽이었지만, 어떤 사람은 남자 같은 여자, 또 어떤 사람은 못생기고 잘난척만 하는 여자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웹툰 원작자가 생각하고 그린 이미지와 받아 들이는 독자들의 생각엔 큰 차이가 있다. 장백기가 가장 큰 차이가 나는 사람이었다. 윤태호 작가는 귀엽게 생기가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독자들은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소심남, 혹은 평범하게 생긴 모범생으로 생각했다. 그만큼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이런 상상을 영상으로 보여줘야했다. 가장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를 종합하는 작업이다.

‘미생’을 성공으로 이끈 김원석 PD였지만, “원작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그 원작을 100% 따라갈 순 없다”고 했다. 원작이 가지고 있는 모든것을 다 표현하려고 하면 길을 잃게 돼 있고, 가장 큰 공통 분모를 찾아내 부풀리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절대 원작만큼의 만족도를 얻을수 없다”는 것이 김원석 PD의 생각이다.

웹툰은 짧게 보는 대중문화다.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짧은 에피소드로 몇분 안으로 읽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구성을 바꾸는 작업이 드라마로 만드는 과정 중 가장 크게 차지했다. ‘드라마적 배분’이 바로 그것이다. 수많은 에피소드를 분해해 재조립을 한다. 원작이 말하고자 하는 바만 남기고 많은 부분을 각색했다.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써야했지만, 가장 크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바로 원작 팬을 끌어 안는것과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해야 하는 것이다. 원작은 남자 회사원들이 좋아하는 작품이었다. 안영이 캐릭터에 호응을 하긴 했지만 여자들이 쉽게 볼 순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여자 시청자들을 유입 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

“방송 초반에 여자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요소들을 강조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로맨스를 억지로 넣을순 없지만,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우정 이야기를 넣었죠. 장그래와 오차장의 캐미나 신입사원, 대리들 끼리의 우정같은 동료애를 가장 중요한 감정으로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기에 원작 팬들도 배반하면 안됐어요. 팬은 강력한 안티가 될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궁굼한 것은 ‘미생’의 성공 요인이었다. 수많은 웹툰 원작 드라마들이 쏟아져나오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물음에 김원석 PD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자신의 생각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양한 웹툰이 있어요. 그런데 강한 콘셉트만 있고, 실제 서사 구조는 빈약한 경우가 많죠. 그런 면에서 ‘미생’은 강력한 콘셉트와 공감가는 고민, 기본적인 서사가 잘 돼있는 작품이었죠. 드라마적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었어요. 원작이 좋았고, 대본도 잘 나왔고, 연기자들이 연기도 잘 했죠. 한 부분만 잘 해서 이런 작품이 나온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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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PD, '미생' 스틸. 사진 = CJ E&M 제공]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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