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 데뷔승' 이동걸 "감독님 배려로 더 절치부심"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감독님 배려로 더 절치부심했다. 보답하고 싶었다."

한화 이글스 이동걸이 2007년 입단 후 무려 9년 만에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전날(25일) 대전 SK전서 팀이 2-4로 뒤진 7회말 등판, 2⅔이닝을 3피안타 2사사구 1실점 호투를 선보였다. 팀이 7-6 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두면서 이동걸의 데뷔 첫 승이 만들어졌다. 비록 승리조는 아니었지만 41구를 던지며 투혼을 발휘한 이동걸이었다. 타자들은 그의 공을 외면하지 않았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홈팬들은 이동걸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이동걸이 구단 자체 선정 MVP 투수로 뽑혀 단상에 오르자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그뿐만 아니라 퇴근길에도 이동걸의 이름 석 자를 외치는 팬들의 목소리가 기자실까지 들렸을 정도였다. 그야말로 잊지 못할 하루였다. 김성근 한화 감독도 "이동걸이 생각보다 침착하더라. 2군에서 훈련하는 선수들에게 희망을 줬다"고 칭찬했다.

26일 대전 SK전을 앞두고 만난 이동걸은 "기분 좋았다"고 운을 뗀 뒤 "타이트한 상황이었다. 빈볼 사건(12일 롯데전) 이후 징계 기간에 감독님께서 자신 있게 하도록 배려해주셨다. 엔트리 안 빼주신 게 동기부여가 됐다. 그래서 더 절치부심했고,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엔트리 한 명 줄어드는데도 감싸주셔서 더 절치부심하게 됐다. 징계 기간에는 지난 일이니 담담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또 한 번 기회 오면 좋은 모습 보이고 싶었다. 간절했다"고 덧붙였다.

시즌 첫 등판인 12일 사직 롯데전부터 악재가 터졌다. 황재균에 몸에 맞는 공을 던져 빈볼에 의한 퇴장을 당했다. 올 시즌 첫 1군 등판에서 빈볼 퇴장이라니.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렸다. 이후 상황이 너무나 불리한 쪽으로 돌아갔다. 5경기 출전 정지라는 KBO 상벌위원회 징계를 받아들여야 했다.하지만 김성근 한화 감독은 이동걸을 품었다. "징계를 받았지만 1군 엔트리에서 빼지 않겠다.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다"라고 했다. 이동걸이 "엔트리에서 빼지 않으신 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한 이유.

아울러 "어제 투구는 안정적이었다기보다 만루에서 밀어내기 주고, 9회초에 안타 맞고 실점한 게 아쉬웠다"며 "2개 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 놓고 점수를 줬다. 만약 팀이 졌으면 결정적 점수였다. 그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파워피처가 아니니기에 체인지업 승부가 많다"며 "몸쪽 승부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 이동걸은 "프로야구 선수다. 구단에서 월급 받고 선수 생활 하면 1, 2군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첫 승은 기분 좋은 일이다.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스프링캠프 때 폼 교정하고 연습 열심히 했는데, 초반에 구위가 좋지 않았다"며 "최근 빈볼 사건 겪으면서 더 강해졌다. 이번 기회를 못 잡으면 그만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처음 겪었다. 이동걸은 "사실 팬들께서 잘 알아보지 못했는데, 어제 (뜨거운 환호를) 처음 겪었다"고 웃으며 "감사드린다. 응원해주신다는 걸 알게 됐다.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진심이 묻어났다.

마지막으로 이동걸은 "첫 승을 했지만 아직 팀에서 핵심 역할이 아니다"면서도 "필요한 상황에 올라가서 팀에 도움을 주고 싶다. 불펜 투수들이 지칠 때 1군에서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이동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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