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KIA 윤석민, 충분한 가치와 경쟁력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마무리로서 충분한 가치와 경쟁력이 있다.

총액 90억원에 KIA와 FA 4년 계약을 맺은 윤석민. 그가 마이너리그 1년 외도를 접고 친정에 돌아온 이후 보직에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선발과 구원이 모두 가능하다. 실제 입단 초창기 셋업맨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시즌도 있었다. 어느 보직을 맡아도 리그 최상급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최근 몇 년간 그를 괴롭혔던 각종 잔부상도 사라진 상태.

또 하나는 KIA 마운드의 열악한 사정 때문이다. 선발은 선발대로, 불펜은 불펜대로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김기태 감독이 윤석민의 보직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마운드 두 파트 중 하나는 확실히 강화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서 윤석민을 선발과 구원으로 고루 투입했다. 그리고 시범경기 막판 결론을 냈다. 그는 올 시즌 풀타임 마무리로 뛴다.

▲가치 논란

일각에서 '마무리 윤석민'에게 보내는 불편한 시선도 있었다. 4년 몸값 총액은 90억원. 투타 통틀어 FA 최고액을 경신했다. 90억원을 받는 투수가 1이닝용 마무리투수로 뛰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 실제 FA 투수 몸값랭킹 2~3위 장원준(두산, 84억원), 윤성환(삼성, 80억원)은 선발투수. 윤석민도 장원준과 윤성환처럼 1주일에 1~2회 등판,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투자대비 가치를 충분히 뽑을 수 있다는 논리. 실제 KIA 토종 선발진이 그렇게 풍족한 편은 아니다.

KIA의 전력이 KBO리그 중, 하위권이라는 것도 마무리 윤석민에 대한 가치를 낮추는 요인. KIA는 투타 대부분 파트가 타 팀 대비 경쟁력이 높지 않다. 공격력, 수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때문에 지키는 야구에 취약하다. 세이브 상황 자체가 그렇게 많이 발생하진 않는다. 실제 윤석민은 KIA가 치른 22경기서 단 8경기 등판했다. 8경기 중에서도 세이브는 4차례.

일리 있는 지적들이다. 김 감독이 윤석민의 보직을 쉽게 결정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김 감독 성격과 특성상 시즌 중 그의 보직을 선발로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알고 보면 선발 윤석민 만큼 마무리 윤석민의 가치도 높다.

▲마무리 윤석민의 가치와 경쟁력

KIA 불펜을 살펴보면 윤석민보다 뛰어난 구위, 경험, 경기운영능력을 보유한 선수는 없다. 윤석민이 선발로 가면 불펜 에이스 노릇을 해낼 누군가가 필요하다. 지난해보다 완화됐지만, 국내야구 트렌드는 여전히 타고투저. 경기 후반 역전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결국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팀은 장기레이스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현실적으로 우승전력이 아닌 KIA가 리빌딩에 초점을 맞춘 건 사실이지만, 실전서 이기지 못하는 야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만약 윤석민이 마무리를 맡지 않았다면, 그가 박빙 리드를 지키면서 세이브까지 따낸 4경기서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또 하나. 전력상 자주 나오지 못하는 특성을 오히려 활용할 수 있다. 윤석민은 25일 잠실 두산전서 2⅔이닝, 33개의 공을 던졌다. 9회 블론세이브를 범하면서 의도치 않게 1이닝을 더 많이 소화했다. 그는 길게 던지는 것에 사실상 거부감이 없는 듯하다. 선발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주당 많은 경기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김 감독도 부담 없이 1이닝 이상을 맡길 수 있다. 이날 윤석민은 8회 1사에 투입됐다. 김 감독이 애당초 1이닝 이상 맡기려는 의도가 드러난 부분. 상대적으로 허약한 필승조의 약점을 메울 수 있다.

윤석민은 올 시즌 8경기 중 4경기서 1이닝 넘게 소화했다. 4개의 세이브 중 2개가 1이닝 넘게 소화한 경기서 나왔다. 평균자책점은 4.63, 피안타율 0.262, WHIP 1.54로 최상위급 기록은 아니지만, 아직 표본이 적기 때문에 당장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윤석민이 마무리로 가면서 KIA로선 잡아야 할 경기를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생겼다. 25일 블론세이브를 범했지만, 결국 연장전서 1점 리드를 지켜냈다. 만약 투수들을 많이 소모하고 연장전서 패배했다면 내상은 더욱 커질 수 있었다.

윤석민은 선발과 마무리 모두 높은 가치를 갖고 있다. 다만, 김 감독은 박빙승부 때 승리확률을 높이기 위해 마무리로서의 가치를 택했다. 윤석민 스스로 2⅔이닝 구원승을 통해 그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다.

[윤석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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