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표팀 운영 미흡? 방열 회장 견해는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준비를 계속 하고 있다."

오프시즌에 돌입한 남녀프로농구. 예년 같으면 성인대표팀 운영방안이 발표될 시기. 그러나 아직 남녀대표팀 운영 로드맵은 발표되지 않았다. 장기 플랜 없이 매년 단기처방으로 움직이는 대표팀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 대한농구협회 방열 회장은 "KBL 수뇌부가 미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오면 곧바로 국가대표운영위원회(이하 국대위)를 소집할 것"이라고 했다.

홀수 해에는 FIBA(국제농구연맹)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올해는 8월 29일부터 9월 5일까지 중국 우한에서 여자대회가 먼저 진행된다. 9월 23일부터 10월 3일까지는 중국 후난에서 남자대회가 이어진다. 남녀 모두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국가에만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3년 전 런던올림픽에 남녀 동반 출전하지 못해 체면을 구겼던 한국농구.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예산은 줄었다

지난해 FIBA 월드컵(남자), 세계선수권(여자), 아시안게임을 동시에 치렀다. 국내에서 치른 아시안게임 덕분에 대표팀은 예년보다 훈련기간도 길었고, 진천선수촌에도 오래 머물렀다. 대표팀이 활용 가능한 예산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지난해만큼의 예산 지원을 기대하기 힘들다. 방 회장은 "모든 예산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스포츠토토 지원금 분배를 문화체육관광부가 아닌 기획재정부에서 직접 실시한다"라고 털어놨다. 줄어든 예산을 각급 청소년 대표팀, 7월 광주유니버시아드 남녀대표팀과 함께 사용해야 한다. 결국 지난해보다 훈련기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5월 국대위가 열리면, 빨라도 6월은 돼야 남녀대표팀이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전지훈련(남자-뉴질랜드, 여자-체코)은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해 남녀대표팀은 해외전지훈련을 효율적으로 진행했다. 남녀대표팀 모두 FIBA 룰 특유의 치열한 몸싸움을 익혔고, 부족한 실전을 해결했다. 하지만, 올해는 대만 존스컵 참가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이란, 필리핀 대표팀이 참가하는 남자의 경우 대표팀 파견이 확정됐다. 남녀 귀화선수 영입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 부분은 농구계의 반성이 필요하다.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한국농구는 외부에서 스폰서를 유치할 능력이 떨어진다. 정부의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예산이 반으로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약 4~5개월 남은 상황. 방 회장은 "발표만 하지 않았을 뿐, 내부적으로는 대표팀 운영계획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예산이 줄어든 상황서 대표팀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대표팀 소집, 빠른 게 능사는 아니다

방 회장은 대표팀 소집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농구계 안팎의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지난해 대표팀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정작 시즌 들어 부상을 많이 당했다. 사실 지금은 훈련보다는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올해 작년보다는 늦게 소집되겠지만, 예년에 비하면 그렇게 늦게 소집되지도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 회장 설명은 일리가 있다. 실제 그동안 대표팀 소집 초반에는 실질적인 체력, 전술훈련보다 재활훈련 위주로 진행됐다. 종목 특성상 대표팀에 뽑힐 정도의 간판선수들은 각 팀 핵심전력으로 혹사를 당할 수밖에 없다. 비 시즌 재활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재활은 대표팀에서 하는 것보다 소속팀에서 하는 게 효율적이다. 소속팀이 간판들의 몸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알기 때문. 대표팀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가 많을수록 훈련 분위기는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 소집시기를 예년보다 약간 늦추는 대신, 소속팀에서 완벽하게 몸을 만든 뒤 대표팀 소집과 동시에 전술훈련 및 조직력 구축에 들어가는 게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

남자대표팀의 경우 2017년부터 아시아선수권을 홈&어웨이로 치른다.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남자에 이어 여자도 홈&어웨이 시스템이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FIBA는 농구도 축구처럼 연중 A매치를 치르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결국 앞으로는 대표팀 장기합숙은 쉽지 않을 듯하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대표팀 소집기간은 줄이면서, 훈련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숙제다.

이밖에 감독 전임제는 내년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올해는 시간이 부족하다. 방 회장은 "내부적으로 국내 감독, 외국인 감독을 놓고 결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체육회 동의도 얻어야 한다"라고 했다. 방 회장은 남자대표팀에 홈&어웨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전임제 감독 선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늦어도 내년부터 전임제를 도입, 적응을 해야 2017년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힌다는 것.

다만, 올해의 경우 곧 소집되는 국대위가 남녀 프로팀 감독들 중에서 대표팀 감독을 추천 및 선발할 예정. 방 회장에 따르면, 농구협회는 남녀대표팀 감독이 선임되면 올해 대표팀 운영방안을 최종적으로 논의 및 확정할 계획이다.

[방열 대한농구협회장.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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