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조범현 감독의 마운드 고육지책은 성공할까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kt 위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타선의 빈약함도 심각하지만 마운드에서는 ‘용병’같지 않은 부진한 모습인 앤디 시스코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민거리다. 이에 조범현 감독은 시스코의 불펜 전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2일 조 감독은 선발진에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 시스코의 불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당시 “시스코가 심리적으로 많이 몰려있는 것 같다”며 “코치들이 어떻게 하라고 얘기를 해 줘도 본인 스스로가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마운드에 올라가면 다시 좋지 않은 투구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감독은 “시스코가 너무 안 좋아서 뭔가 변화를 줘야할 것 같다”면서 “대만에서 뛸 때나 작년 퓨처스리그에서는 지금처럼 제구가 나쁘지 않았다. 코치들과 협의해서 불펜으로 쓰는 것도 생각해 보고 있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이 같은 고민은 시스코가 선발로 나와 6이닝도 버티지 못하는 데다 고질적인 제구 불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왔다.

시스코는 올 시즌 5번의 선발등판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불안한 제구 속에 승리 없이 4패만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8.27을 기록했다. 특히 상대방에게 너무 쉽게 실점을 허용한 점이 가장 심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스코에 대해 실망을 넘어 다른 외인 투수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치기도 했다.

시스코의 불펜 전환을 고민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21일 경기였다. 시스코는 21일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3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져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삼진을 5개 빼앗았지만 어이없게 원바운드로 몸에 맞는 볼을 내주는 등 ‘널뛰기’ 투구를 했다.

결국 시스코 활용법을 고민하던 조 감독은 시스코의 불펜 전환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 감독은 25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0-3으로 뒤진 9회초 시스코를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시켰다. 선발 로테이션을 따졌을 때 시스코는 26일 경기에 선발로 나설 차례였다. 그러나 조 감독은 26일 선발투수로 엄상백을 내보내기로 했고, 시스코의 불펜으로서의 활용 가능성을 타진했다.

일단 시스코의 첫 번째 불펜 등판은 나쁘지 않았다. 타이트한 상황이 아닌 팀이 0-3으로 지고있을 때 등판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시스코의 투구는 괜찮았다. 그는 이날 1이닝 동안 선두타자 김민성에게 안타를 맞기는 했지만 윤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브래드 스나이더를 좌익수 뜬공, 김하성을 헛스윙 삼진처리하며 실점 없이 막아냈다.

시스코는 이날 21개의 공을 던졌다. 속구를 18개, 체인지업을 3개 구사했고, 속구 최고 구속은 150km를 찍었다.

이날 부상에서 복귀해 16일 만에 선발 등판했던 필 어윈은 넥센 타선을 상대로 6이닝을 2자책으로 틀어막으며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해 한결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

조 감독이 시스코를 불펜에서 계속 활용한다면 kt 선발진은 필 어윈-크리스 옥스프링-박세웅이 붙박이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정대현과 엄상백, 장시환 등이 돌아가며 4~5선발 자리를 메울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조치는 팀 전력의 깊이가 얕은 상황서 나온 조 감독의 고육지책이다. 조 감독이 힘들게 꺼내든 첫 번째 마운드 해결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앤디 시스코.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진웅 기자 jwoong24@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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