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명 "선발 체질? 상황에 맞게 하는 것도 능력"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상황에 맞게 하는 것도 능력이죠."

요즘 한화 이글스에서 가장 믿음직한 토종 선발은 안영명이다.

안영명은 계투로 올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초반 6경기에 모두 구원 등판했고, 1홀드 평균자책점 6.75의 성적을 남겼다. 그런데 지난 11일 사직 롯데전 깜짝 선발 등판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선발 등판 예정이던 송은범이 10일 마무리로 나서는 바람에 부랴부랴 선발로 나섰다. 물론 2009년 선발로 11승을 따냈고, 지난해에도 선발 등판 경험이 있는 안영명. 하지만 갑작스러운 등판에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모든 우려를 불식했다.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6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승리를 따냈다. 단순히 한 경기 반짝이 아니었다. 선발 전환 이후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고, 16이닝 동안 자책점은 단 한 점뿐이다. 평균자책점이 0.56에 불과하다. 사사구가 18개로 많은 편이지만 공격적인 몸쪽 승부를 펼친 결과. 삼진 17개를 솎아냈고, 피안타는 7개뿐이다.

안영명의 활약이 놀라운 이유는 또 있다. 스프링캠프 내내 계투로 시즌을 준비했기 때문. 하지만 체력을 끌어올린 덕택에 긴 이닝 소화에 따른 부담이 줄었다. 안영명은 지난 2월 오키나와 캠프 당시 "기술보다 체력이 많이 늘었다고 본다. 풀타임을 뛰면 체력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부족해서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많이 운동했다"고 말했다. 선발 전환 이후 변화구로 초구 스트라이크 카운트를 잡는 등 탁월한 완급조절 능력도 선보이고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안영명이 이태양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영명은 "야수들이 워낙 잘해주고 있다"고 공을 돌린다. 그는 "나는 삼진을 잡기보다 맞혀 잡는 스타일에 가깝다. 스프링캠프서 감독님과 많은 훈련을 해 선발로도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김 감독은 안영명에게 "팔 스윙을 간결하게 하라"고 주문했고, 캠프 막판 "안영명이 폼 교정을 잘했다"고 호평했다.

안영명이 연일 호투하자 '선발 체질'이라는 말이 나온다. 안영명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상황에 맞게 하는 게 능력이다. 중간에서는 그 스타일에 맞추면 된다"며 "선발 보직을 급하게 받았지만 당황하거나 하진 않았다.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단한 책임감이다. 이어 "감독님께서 투구수를 정해 놓고, 많이 던지게 하면서도 관리해주셨다"며 "그래서인지 전혀 데미지가 없다. 잘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영명은 캠프 막판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방향대로 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 좋은 느낌을 시즌 끝까지 잘 끌고 가야 한다"고 했다. 시즌 첫 선발 등판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안영명, 그가 확실히 맞는 옷을 찾아 입은 것 같다.

[한화 이글스 안영명.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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