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안정권 트리오, 부정할 수 없는 한화 필승공식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지난 시즌 '안정진 트리오'가 활약했다면 올해는 '안정권 트리오'다. 한화 이글스의 새로운 필승 방정식이다.

한화는 전날(24일) SK 와이번스전서 2-0 승리를 거두고 5할 승률에 복귀했다. 선발 안영명과 박정진, 권혁으로 이어지는 '안정권 트리오'의 활약이 돋보였다.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짠물투로 한화가 242일 만의 영봉승을 따내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지난 시즌 한화는 안영명과 박정진, 윤규진으로 이어지는 '안정진 트리오'가 후반기 상승세에 일조했다. 이들은 선발투수가 물러난 뒤 승리를 지키는 필승 불펜이었다. 그런데 안정권 트리오는 경기 내내 가동된다는 점에서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일단 전날 경기를 되짚어 보자. 한화는 선발 안영명이 5이닝을 3피안타 6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팀이 2-0으로 앞서 승리투수 요건도 갖췄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른 게 박정진. 2이닝 동안 37구를 던지며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안정권 트리오의 피날레는 역시 권혁. 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2안타 1볼넷을 내줬으나 삼진 4개를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9회초 이명기-김성현-박재상을 연달아 삼진 처리한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

셋 다 최근 페이스가 무척 좋다는 게 반갑다. 안영명은 선발 전환 이후 3경기에서 3전 전승 평균자책점 0.56(16이닝 1자책) 맹활약 중. 완급조절과 공격적인 투구가 돋보인다. 박정진도 최근 3경기에서 2승 1홀드를 기록했고, 6이닝 동안 단 한 점도 주지 않았다. 한국 나이 40세(1976년생) 불혹임에도 여전히 위력적이다. 지난 2010년부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권혁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에도 안지만, 정현욱(현 LG)과 더불어 안정권 트리오의 일원이었다. 한화에서도 확실한 필승 방정식이다. 이른바 '뉴 안정권 트리오'다. 권혁은 올 시즌 13경기에서 1패 4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했다. 최근 4경기 연속 세이브는 물론 지난 3경기, 6이닝 동안 단 한 점도 허용치 않았다. 현시점에서 이만한 마무리투수가 없다. 기존 마무리 윤규진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면 뒷문은 한층 더 탄탄해질 전망.

안영명이 시즌 2번째로 선발 등판한 17일 대전 NC전서도 '안정권 트리오' 조합이 돋보였다. 당시 안영명이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승리 요건을 갖추고 물러났다. 이후 박정진이 1이닝 1실점, 권혁이 3이닝 3실점 했지만 동점이나 역전 허용 없이 승리를 지켜낸 바 있다. 한화는 이날 포함 6경기 중 박정진-권혁이 동시 출격한 4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윤규진이 이탈했고, 안영명이 선발로 자리 잡으면서 권혁의 존재감이 더 커진 셈. 더 많은 기회를 위해 한화행을 택한 그가 그야말로 원 없이 던지고 있다. 그는 전날 경기 후 "박정진 선배가 잘 막아주기 때문에 내게 좋은 기회가 온 것 같다. 누군가 날 믿어준다는 건 굉장히 기쁜 일이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안영명은 "갑자기 선발 보직을 받았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잘 적응하고 있다"며 "스프링캠프서 많은 공을 던지며 잘 준비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한화는 최하위(8위)로 무너진 2009년부터 마운드, 특히 불펜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지난해에도 팀 평균자책점 6.35로 이 부문 리그 최하위였다. 안정진 트리오마저 없었다면 평균자책점이 더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다르다. 특히 셋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을 합산하면 3.03(55⅔이닝 19자책), 안영명이 선발로 돌아선 이후에는 2.65(51이닝 15자책)으로 더 좋다. 기록만 놓고 봐도 이들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안정권 트리오, 부정할 수 없는 한화의 필승 방정식이다.

[한화 이글스 안영명, 박정진, 권혁(왼쪽부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