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바라보는 박한이, 왜 대단한 타자인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 박한이는 양준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01년 입단 후 지난해까지 단 1시즌도 빠지지 않고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렸다. 무려 14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현역 선수 중 최장기록. 올 시즌과 내년 시즌에도 100안타를 넘길 경우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안타 제조기이자 통산 최다안타(2318개) 주인공인 양준혁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전성기에 들어선 타자가 어쩌다 몇 시즌 연속 100안타를 때릴 순 있다. 그러나 데뷔 후 단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100안타를 때리는 건 어지간한 꾸준함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폭발력 있는 기록이 아니니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박한이의 야구인생 자체가 그랬다. 골든글러브 시상식 같은 압도적인 임팩트가 중요한 무대에선 조연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는 대단한 타자다. 현역 레전드 반열에 들어섰다.

▲엄청난 내구성

18일 대구 KT전. 2-1로 앞선 8회초 2사 1루. 우익수 수비 중이던 박한이가 박경수의 뜬공을 쫓아가다 펜스에 강하게 충돌했다. 타구는 박한이의 글러브 속에 곧바로 들어갔지만, 박한이는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왼쪽 옆구리에 엄청난 통증을 호소했다. 병원 검진결과 큰 이상은 없었다.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다.

의학적으로 큰 부상이 아닌 만큼, 일단 1군에서 빠지진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내일까지 상태를 지켜보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도전 중인 15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의 기본조건은 꾸준한 출장. 후배들과 자리싸움 그 이상으로 부상과의 싸움이 중요하다.

분명한 건 박한이의 정신력과 의지가 대단히 빼어나다는 점. 조금 아프더라도 그라운드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승부욕으로 버텨왔다. 물론 뛰지 못할 정도의 부상이라면 쉬는 게 맞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프로의식은 몸을 사리거나 정신적으로 나약한 일부 저연차 후배들이 배워야 한다. 심지어 한화 김성근 감독도 지난주 삼성과의 맞대결서 박한이의 내구성을 극찬했다.

▲왜 대단한가

박한이의 15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도전이 왜 대단할까. 다시 말해서 지난 14년간 꾸준히 출장한 게 어째서 엄청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간단히 설명할 수 있다. 박한이는 동국대 졸업 후 2001년 2차 6라운드 44순위로 입단했다. 신인으로서 눈에 띄는 순위가 아니다. 하지만, 2001년부터 주전을 꿰찼다. 이 사실부터가 인상적이다.

또 하나. 가만히 살펴보면, 박한이가 입단한 2001년 이후 KBO리그에서 뛴 전 구단 모든 야수 중 올해까지 15년 연속 주전으로 뛰는 선수가 박한이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 입단 당시 신인왕 경쟁을 펼쳤던 김태균(한화) 정도가 유일하다. 그 김태균조차 신인왕에 홈런왕도 해봤지만, 14년 연속 세 자리 수 안타를 때리진 못했다. 이 사실만 봐도 정글 같은 프로에서 박한이의 경쟁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박한이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부동의 톱타자-중견수였다. 2009년부터 우익수로 옮기면서 어떤 타순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그 역시 잔부상으로 1군에서 잠시 빠진 적도 있었고, 극도의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기도 했다. 세대교체 바람 속에 후배(2008년 신인 허승민에게 밀려 개막전부터 잠시 백업)에게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한 몸 관리와 실력으로 살아남았다. 지난 15년간 박한이 없는 삼성 외야는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20일 현재 1835안타를 때렸다. 전체 7위이자 현역 4위. 전체 6위 송지만(은퇴, 1870안타)을 넘는 건 시간문제. 늦어도 내년엔 2000안타를 돌파할 수 있다. 류중일 감독은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베테랑을 배제하는 사령탑이 아니다. 한국나이로 37세. 박한이가 양준혁의 두 가지 대기록(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 2318안타)에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 18일 대구 KT전 같은 불의의 부상이 최대의 적이다.

[박한이.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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