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츠 복귀임박, 두산 라인업 최상의 조합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잭 루츠가 이번주에는 돌아올 것 같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17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루츠가 여전히 허리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수비가 되지 않는다. 지금으로선 복귀는 기약 없다"라고 했다. 8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1군에서 말소됐다. KBO 엔트리 등록 규정상 18일 잠실 롯데전부터 1군 등록이 가능했다. 하지만, 당시 루츠를 바라보는 김 감독의 시선은 절망적이었다. 더구나 루츠는 마이너리그와 일본에서 뛸 때도 유달리 부상이 잦았다.

그러나 이후 태도를 바꿨다. 루츠가 2군에서 훈련을 재개했다는 보고를 받은 듯하다. 김 감독은 19일 잠실 롯데전을 앞두고 루츠에 허리 상태에 대해 마지막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빠르면 21일부터 시작하는 넥센과의 목동 3연전부터 1군 등록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몸이 건강하다면 어렵게 모셔온 외국인타자를 1군에서 쓰지 않을 이유는 전혀 없다.

▲왜 루츠가 필요한가

두산 타선은 시즌 초반 불안했다. 루츠가 허리 통증으로 1군에서 빠지기 전에도 허경민, 민병헌, 김현수, 오재원 등 적지 않은 타자들이 잔부상을 호소, 주전과 백업을 오갔다. 김 감독이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1루수 김재환' 카드도 일단 실패. 다행히 특유의 두꺼운 야수층을 최대한 활용, 큰 공백 없이 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어수선했다. 개개인의 타격능력이 좋은 선수가 많지만, 시즌 초반 두산 타선의 파괴력은 냉정히 볼 때 2% 부족했다.

그런데 루츠가 빠진 뒤 오히려 두산 타선이 잘 터졌다. 4번에는 홍성흔이 올라왔다. 5,6번에는 오재원과 양의지가 번갈아 투입됐다. 7번에는 루츠 대신 3루수로 투입된 최주환이 자리를 잡았다. 8번에는 오재일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외형상 루츠 공백을 최소화한 라인업.

실질적으로 양의지와 최주환이 두산 공격을 이끌었다. 두 사람의 현재 타격페이스는 여전히 최고조. 하지만, 4~5~6~7번 라인의 시너지 효과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홍성흔의 시즌 초반 타격 페이스는 썩 좋지 않다. 루츠 대신 4번타자로 들어선 뒤에도 비교적 잠잠하다. 오재원도 종아리 통증으로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 결국 양의지와 최주환이 맹타를 휘둘러도, 4~7번 라인에서 미세하게 흐름이 끊기는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이 완벽하게 해결되려면 루츠의 4번 정상복귀가 유일한 해답. 그리고 홍성흔, 오재원, 양의지가 안정적으로 5~7번 타순을 구축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 김 감독도 수 차례 "루츠가 라인업에 있는 것과 없는 건 다르다"라고 했다.

▲루츠·최주환 공존 가능하다

김 감독은 19일 루츠의 복귀 계획을 설명하면서, 포지션 변경 가능성도 시사했다. 루츠를 주 포지션인 3루가 아닌 1루로 쓸 수도 있다는 것. 실제 루츠는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3루와 1루를 동시에 소화했다. 1루 수비가 불가능하지 않다. 루츠가 복귀 후 1루에 자리잡는다면, 루츠에 밀려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최주환은 계속 3루에 남을 수 있다.

김 감독의 '1루수 루츠' 카드는 일리가 있다. 좋은 타격감을 지닌 최주환을 벤치에 앉히는 건 지금으로선 비효율적이다. 루츠가 3루에 들어가면 최주환을 주전으로 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2루로 돌릴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주전 2루수 오재원이 1루로 이동하거나 벤치에 앉아야 한다. 루츠를 3루수로 기용하면서 2루수-최주환, 1루수-오재원 카드도 가능하지만, 내구성 측면에서 최적의 조합은 아니다.

루츠가 1루를 맡으면 최주환을 계속 3루수로 기용하면서 화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오재원도 당연히 포지션을 옮길 이유가 없다. 그리고 루츠를 계속 3루수로 기용하면 1루수에 오재일이나 김재환을 써야 한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개막 이후 타격감이 신통치 않다. 김재환이 퓨처스로 내려간 뒤 오재일이 1군에 등록됐다. 하지만, 오재일 역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19일자로 고영민과 함께 1군에서 말소됐다. 결국 루츠가 1루에 들어가면 1루수 화력 딜레마 역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물론 김재환과 오재일 입장에선 갑갑해진다.

루츠가 1루에 들어가면 타격감이 좋은 최주환을 3루 주전으로 계속 쓸 수 있는 이점이 엄청나다. 최주환은 타격뿐 아니라 수비도 안정적이다. 지난해까지 이원석에게 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본래 공수 재능이 뛰어났다. 결국 루츠가 잔부상을 털고 1루수로서 얼마나 안정감 있는 공수 활약을 해주느냐가 관건이다.

[루츠(위), 최주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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