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 ‘화장’ 해외제목이 ‘레비브레(Revivre)’인 이유

[마이데일리 = 곽명동기자]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은 102번째 작품 ‘화장’의 해외제목을 왜 불어‘레비브레(Revivre)’로 결정했을까.

잘 알려진대로, 이 영화의 원작은 김훈 작가의 동명의 소설이다. 소설 제목은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첫째 화장(化粧)은 화장품을 바르거나 문질러 얼굴을 곱게 꾸미는 것이다. 둘째 화장(火葬)은 시체를 불에 살라 장사를 지내는 것이다.

화장품 회사 중역인 오상무(안성기)는 헌신적인 남편이자 충실한 간병인으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오랜 시간 부하직원 추은주(김규리)를 담고 있다. 그는 아내(김호정)의 병수발과 고단한 업무의 틈새에서 추은주의 젊음과 아름다운 몸을 상상한다.

화장(化粧)이 젊고 싱그러운 생명력에 대한 동경이라면, 화장(火葬)은 덧없는 삶의 폐허를 드러낸다. 소설은 화장(化粧)과 화장(火葬) 사이에서, 생동하는 육체와 소멸하는 육체 사이에서 방황하고 흔들리는 오상무의 심리를 강렬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임권택 감독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다시 소생해야만 하는 인간의 실존을 담길 원했다. ‘레비브레(Revivre)’는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를 지칭한다. 또 하나는‘소생하다, 활기를 되찾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불어 ‘레비브레(Revivre)’는 한국어의 화장(火葬)이 담아내지 못하는 소생의 뜻을 전하고 있다.

원작 소설을 쓴 김훈 작가는 “영화를 보니까 ‘그래도 살아가야한다는 것의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다”는 평을 남긴 바 있다. 오상무 역의 안성기가 인터뷰에서 “순화되는 삶을 생각했다. 지금은 힘들지만 금방 또 반복되는 삶을 시작해야하는 발걸음을 연기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레비브레(Revivre)’는 사멸이 아니라, 소생을 담고자 했던 임권택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제목이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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