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 장착' 한화 송은범 "FA 첫 시즌? 재미있다"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FA 첫 시즌? 재미있다."

한화 이글스 송은범은 '야신' 김성근 감독의 애제자다. 한창 위력을 떨치던 2009~2011시즌 SK 와이번스에서 김 감독과 함께했다. 2009년 12승 3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하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후 2년간 보직을 가리지 않고 희생하며 8승 5패 8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0(2010년), 8승 8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3.43(2011년)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우완투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KIA 타이거즈에서 5승 15패 평균자책점 7.33이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4년 총액 34억원에 한화와 FA 계약하며 도약을 다짐했다. 김 감독의 영향이 컸다. 송은범 본인도 계약 직후 "김성근 감독님과 함께 하고픈 마음이 컸다. 감독님께 내 몸을 맡기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일단 첫 출발은 좋았다. 송은범은 시즌 첫 선발 등판인 지난달 29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서 4이닝 3피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딱히 잘했다고 보긴 어려우나 내용은 괜찮았다. 3회까지는 볼넷 하나만 내주며 노히트 피칭을 선보였다. 매회 삼진 하나씩을 곁들이며 잘 버텨냈고, 팀이 5-3으로 승리하는 디딤돌을 놓았다. 김 감독도 "송은범이 아주 잘 던져줬다"고 만족해했다.

당시 송은범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연마한 슈트(역회전볼)를 이따금씩 던졌다. 국내에서도 익숙한 투심패스트볼 계열의 공. 그런데 송은범의 슈트는 조금 다르다. 그는 니시모토 다카시 한화 투수코치로부터 슈트를 배웠다. 니시모토 코치는 "싱커에 가까운 구종"이라고 설명했다. 송은범은 1일 "던질 때마다 각이 달라서 어디로 갈지 몰라 가운데만 보고 던진다"며 웃었다.

니시모토 코치는 현역 시절 슈트를 주무기로 사용하며 일본프로야구 18시즌 통산 165승을 따냈다. 1981년(18승)부터 1984년(15승)까지는 4년 연속 15승 이상을 따냈고, 1989년 20승을 올리며 컴백상까지 수상했다. 그만큼 슈트에 일가견이 있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당시 한화 우완투수들은 모두 슈트를 연습했단다. 송은범은 "슬라이더보다는 덜 휘는 공이다"며 "투수코치에 영향을 받는데, 한화 우완투수들은 다 (슈트를) 배웠다. 자기 것으로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로 선수라면 당연한 얘기. 송은범으로선 FA 첫해라 개인 성적에 욕심이 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팀이 우선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첫 등판서 4이닝 만에 교체된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5회까지 70~80개 던지겠지 싶었는데 4이닝 던졌으니 내려와야 했다"며 "일찍 내려간 것보다 2점을 준 게 가장 아쉽다. 하지만 팀이 이겼으니 됐다. 나는 3이닝 던지든 4이닝을 던지든 내 밥그릇을 챙길 게 아니라 팀이 이겨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송은범은 "FA 첫 시즌이 재미있다"며 "넥센과의 개막 2연전 때 한 선배가 떨린다고 하길래 즐기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접전 승부에서 이기다 보면 큰 경기에 강해진다. SK 시절에도 초반에는 떨렸지만 이후에는 지고 있어도 즐기게 된다. 상대 마무리투수까지 끌어내면서 압박하다 보면 나중에는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 이글스 송은범.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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