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의 사랑' 성폭행범이 무죄? '항소'에 담긴 의미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착한 드라마를 표방한 '호구의 사랑'이 지난달 31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도도희(유이)와 강호구(최우식)의 해피엔딩으로 귀결됐지만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31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극본 윤난중 연출 표민수) 16회(마지막회)에서는 성폭행 사건을 용기있게 수면 위로 올린 도희와 호구의 모습이 그려졌다. 호구는 도희에게 "내가 있으니 걱정마"라며 다독였고 김연아급 인기를 누리고 있던 국가대표 수영선수 도희는 과거 성폭행을 해 아이를 낳게 한 노경우(김현준)을 고소했다.

하지만 노경우는 끝까지 안하무인 태도를 유지했고 국민남동생 수영스타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했다. 그는 "고소해봐. 사람들이 널 믿어줄까?"라며 도희와 호구에게 오히려 으름장을 놨다.

이날 방송에서 노경우는 법원의 1차 판결에서 징역형을 선고를 받았지만 2차에서는 무죄를 받았다. 부모의 스펙이 언급되는 등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며 시청자들에게 마지막까지 가볍게만 볼 수 없는 표민수PD 스타일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호구의 사랑'에서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도희는 사랑하는 호구와 지켜야할 아이 금동이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항소의 뜻을 밝혔다. 이어 호구의 가족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식당과 결혼식장에서 손가락질을 했지만 이들은 행복한 모습이었다. 결국 진정한 사랑을 얻은 호구와 도희의 해피엔딩을 볼 수 있었다.

앞서 표민수 PD는 도희가 낳은 아이 아빠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많은 갈등을 해왔다. 지난 3월 3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표 PD는 "웹툰 원작에 있던 성폭행 사건을 그대로 풀어낸다는 것이 사실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 사회적 경종을 울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일이기도 하다"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여러 가능성을 논의한 끝에 표 PD가 내린 결론은 사회적인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되, 희망을 잃지 않는 블랙코미디의 성격을 보인 것이었다. 미혼모, 동성애, 성폭행 등 기존 드라마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무거운 사회적 주제를 담았지만 드라마의 분위기는 어둡지 않았고, 유쾌함 속에 다시 한 번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이와 관련 '호구의 사랑' 관계자는 마이데일리에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미혼모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주고자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또 성폭행범의 고소가 2차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를 하는 도희의 모습을 통해 유쾌하게 희망을 담았다. 마지막에 피켓 시위를 하는 사람들 속 웨딩드레스를 입고 달려가는 도희와 행복이 만연한 호구의 표정이 이를 대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구의 사랑'은 청춘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밝은 톤으로 진정성 있게 전달하며 공감의 폭을 넓혔다. 유이, 최우식, 임슬옹, 이수경 등 주연 배우들은 캐릭터에 본인의 매력을 투영한 열연을 선보였으며 표민수 PD표 신선한 연출력이 빛을 발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호구의 사랑' 16회(맨위) 표민수 PD, '호구의 사랑' 마지막컷. 사진 = tvN 방송 화면 캡처, 마이데일리 사진DB, 유이 인스타그램]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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