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갑숙, 책 파문 후 16년 "나도 상처받았다" 고백 [MD리뷰]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솔직히 나도 상처 받았다."

1999년 자전적 에세이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를 발간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몰고온 배우 서갑숙(55)이 16년 만에 심경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EBS '리얼극장'에선 딸 노의정(28)씨와 미얀마로 8박9일 힐링 여행을 떠난 서갑숙의 모습이 방송됐다. 서갑숙은 제주도에서 홀로 생활 중으로 작가 지망생인 딸 노씨와는 따로 지내고 있었다. 미얀마 여행에선 두 사람이 부딪히면서도 속마음을 털어놓으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갈등의 골은 깊었다. 노씨는 "내가 행복하지 않은 건 다 엄마 때문"이라며 "엄마는 어른이라고, 또 나보다 먼저 살아봤다고 엄마가 간 길을 그대로 가지 않도록 하거나, 좋았던 길을 가도록 하려는 거 아니냐. 무슨 조련사냐"고 원망했다.

서갑숙은 "네가 행복하지 않았다면 난 그동안 뭘 한 거냐"며 "너무 억울하다. 왜 엄마는 조련사로 각인돼 있냐. 결국 나는 널 지금까지 불행하게 키워온 조련사인 것이냐"며 답답해했다.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서갑숙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성에 개방적이야?', '프리섹스주의자야?' 저를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며 "책을 읽어 보면, 젊은 남녀들이나 사랑에 실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싶어 나는 내 얘기를 내놓고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딸 노씨의 생각은 달랐다. 노씨는 "저라면 제가 딸이 있다면 딸을 위해서 그런 책을 쓰진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서갑숙은 주변으로부터 "돈 벌려고 그런 거 아니야?', '넌 네 가까운 가족, 네 딸들한테 어떤 상처가 될지 생각 안 해봤어?"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모든 걸 그 어린 나이에 다 가슴에 안고 살았을 것이다. 생각해볼수록 '예전에는 왜 그렇게 몰랐을까' 싶다"고 딸의 마음을 몰랐던 것을 후회했다.

딸 노씨는 "어른이란 사람들이 아이를 두고 마치 꼭 뭔가를 가르치듯이 세뇌를 시켰다. '너희 엄마 잘못된 거야'"라고 고백하며 "엄마랑 거리를 더 두고 싶었던 이유가 어느 순간 내가 엄마를 원망하고 있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미얀마 여행 동안 서갑숙과 딸 노씨는 고양이를 키우는 문제부터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온 문제까지 갈등의 원인이 된 여러 이야기를 꺼냈다.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했지만, 도리어 그 과정을 통해 서로의 진실된 속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서갑숙은 제주도에서 주변 이웃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남한테는 이렇게 다 마음을 열고, 나이 격차 없이 허물없이 친하고, 따뜻한 정을 나누면서 정작 가장 소중한 내 딸 의정이의 마음을 몰랐다는 게 얼마나 웃긴 사람이냐 내가"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미얀마의 한 해변에 딸 노씨와 마주앉은 서갑숙은 "엄마 책이 나오고 나서 한 15년이 흘렀다. 15년 동안 생각해보면 나만의 섬 속에 가만히 혼자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노씨는 "나는 그게 아무렇지도 않았고 옆에서 하도 얘기하니까 안 읽어봤어도 내용은 다 알고 있었다"면서 어떤 내용으로 알고 있었는지 어머니 서갑숙이 묻자 "엄마가 아빠랑 이혼하고 나서 남자를 만난 얘기나 여자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주변에서)'딸 버리고 가서 여행 다니면서 남자 만나고 그랬다더라. 너희 엄마는 네 신경도 안 쓴다' 그런 식으로 얘기했다. 그런데 나는 이해가 안 갔다. '왜 나를 앉혀놓고 저런 얘기를 할까' 싶었다"고 서갑숙에게 털어놨다.

그러자 서갑숙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파장이 커졌어. 솔직히 나도 상처를 받았거든"이라고 속내를 고백했다.

노씨는 어머니를 위로했다. "그냥 엄마의 사건이나 행동의 일부인거지 그 책으로 엄마를 대변할 수는 없어. 그건 엄마의 성격이 아니거든. 아예 고민하지 마. 엄마 마음가는 대로 다 했으면 좋겠어. 하고 싶은대로 다 하고."

서갑숙은 "나는 네가 이렇게 얘기해줘서 난 너한테 원하는 걸 다 얻었어"라며 비로소 딸의 위로에 웃을 수 있었다.

방송 말미 서갑숙은 "그동안 미숙했고, 내 고통에 빠져서 전달을 잘 못하고, 안 좋은 방식으로, 너에게는 계속 이해가 안 되는 방식으로만 계속했던 게 내 잘못이다"고 딸에게 지난 날을 뉘우쳤다.

서갑숙은 "엄마도 노력할테니까 의정이가 무조건 엄마를 피하려고 하지만 말고. 엄마가 사는 제주도에도 자주 오고"라는 부탁도 했다. 딸 노씨는 "잘할게"라며 "진짜 내 마음은 알지?"라고 화답했다.

[사진 = EBS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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