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를 기용할 것이냐? 스타를 만들 것이냐? [이승길의 하지만]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잘 나가는 스타가 출연하는 예능이 잘 나간다? 항상 옳은 명제는 아니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유리부터, 전 농구선수 서장훈, 그룹 MIB 멤버 강남, 그룹 god 멤버 박준형, 개그맨 장동민,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은혁, 배우 조재윤, 곽동연, 작곡가 돈스파이크, 가수 윤도현, 김준현까지 그야말로 잘 나가는 예능인을 모두 투입한 MBC '일밤-애니멀즈'. 스타캐스팅은 방송 전 이슈화에 성공했지만 정작 본 방송에서는 산만함으로 나타났다.

70여분의 방송시간 동안 11명의 연예인이 3개의 코너에 투입되는 구성. 11명의 예능인은 그 속에서 작은 분량을 나눠가졌지만 문제는 정작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이들이 아닌 동물과 어린이라는 사실이었다. 시청자의 시선은 당연히 낯선 동물보다 익숙한 연예인에 쏠렸고 결국 '애니멀즈'가 막을 내릴 때까지 수십 마리에 달하는 동물 중 그 누구도 캐릭터를 각인시키지 못했다. 메시가 11명이라고 세계 최고의 축구팀이 아니듯 기획과 무관하게 잘 나가는 예능인을 모아놓는다고 반드시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 사례였다. 씁쓸한 교훈과 함께 '애니멀즈'는 2개월 만에 폐지됐다.

흔히 '애니멀즈'를 케이블채널 tvN '삼시세끼' 시리즈의 산체, 밍키와 비교하지만 분명 '삼시세끼'의 주인공은 투덜거리면서도 나영석 PD의 지시에 따라 요리하고 노동하는 연예인들이다. 함께 하는 동물들은 비예능인들이 함께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공백을 매우기 위한 제작진의 영리한 선택일 뿐이다. 기획에 어울리는 적절한 조연의 투입인 것이다.

'애니멀즈'와 대비해 볼만한 프로그램은 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다. 방송 초반 '냉장고를 부탁해'는 무수히 쏟아지던 신생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주목 받는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필드에서 유명한 셰프'라고 해도 대다수의 시청자에게 그들은 낯선 인물이었고, 방송인 김성주와 개그맨 정형돈 콤비의 만남도 큰 이슈를 만들진 못했다.

하지만 방송 5개월 만에 '냉장고를 부탁해'는 종합편성채널에서 가장 '핫'한 프로그램이 됐다. 냉장고라는 공간을 통해 새로운 내용의 토크를 이끌어내고, 그것이 예능트렌드인 '쿡(Cook)방'과 결합된다는 것은 분명 잘 짜인 기획의 승리였다. 여기에 프로그램의 매력을 잘 요리하는 진행자 김성주와 정형돈의 투입은 신의 한수였다.

김성주와 정형돈은 소위 말하는 원탑 MC는 아니지만 이들은 주역이 아닐 때 더 빛나는 예능인들이다. 엠넷 '슈퍼스타K',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 MBC '무한도전' 등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이 그 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김성주와 정형돈은 요리를 스포츠 경기처럼 중계하고, 셰프를 짓궂게 놀리다 캐릭터를 선물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셰프를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공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실제 프로그램에서는 최현석, 샘킴 셰프 등 주목받는 화제인들이 발굴되고 있다.

스타를 기용할 것이냐? 스타를 만들 것이냐? 물론 전자가 안전한 선택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적절한' 캐스팅이다.

[MBC '일밤-애니멀즈'(위)와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JTBC 제공]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