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리 "'무도' 김태희 작가 덕분에 레인보우 데뷔"(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화제였던 30일 만난 걸그룹 레인보우의 고우리는 "깜짝 놀랐어요. 그래도 '위아래' 춤은 나름 진지하게 배워서 췄어요" 하고 웃으며 고양이처럼 커다란 눈을 위아래로 껌뻑였다.

고우리는 MBC 주말드라마 '여왕의 꽃'에서 클럽 죽순이를 연기 중이다. 극 중 EXID의 '위아래'를 요염하게 추며 물에 흠뻑 젖던 장면이 이날 화제였다. 철딱서니 없는 의사 집안 딸에 음주가무의 여왕 서유라 역으로 실제 주량은 맥주 반 잔이다. 소주는 두 잔이면 정신을 놓을 만큼 음주와는 거리가 먼데 "레인보우 멤버들은 '언니랑 너무 잘 어울리잖아' 하던 걸요" 했다.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극 초반 폭탄 머리에 잔뜩 번진 화장도 과감하게 시도했다. 걸그룹 이미지 따위는 저 멀리 던져버린 지 오래다. 예뻐 보이려고 애쓰지 말고 캐릭터에 빠져 열심히 해야만 시청자들이 인정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못난이처럼 나올 때가 많은데, 저는 되게 좋아요. 재미있어요. 헤헤."

2009년 레인보우 데뷔 때부터 묵묵히 열심히 하는 게 몸에 뱄다. 다른 멤버들에게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란 마음이 늘 강했다. 나이로는 레인보우 맏언니지만 합류는 가장 늦었던 고우리다.

대학교 3학년 때였다. 아르바이트 하며 모은 돈으로 배낭여행 갔다가 미국 LA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진 언니가 "우리야, 미안한데, 나도 부탁 받아서 그런데 혹시 한 번만 가서 오디션 보면 안 될까? 언니가 밥 살게"라고 해서 '설마, 되겠어' 하는 마음에 갔던 게 지금의 소속사 DSP미디어의 오디션이다. 그 언니가 지금은 MBC '무한도전'의 작가로 잘 알려진 김태희 작가.

"내일부터 나오면 돼요"란 생각지도 못한 합격 통보를 받았고, 그렇게 덜컥 고우리의 레인보우 인생이 스물 두 살에 시작됐다.

"레인보우가 빨리 데뷔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제가 마지막 차를 탔던 거예요. 들어가자마자 데뷔를 준비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고민이 많았죠.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그런데 막상 레인보우 1집 반응이 좋지 못했어요. 왠지 제가 피해를 주는 것 같았죠. '내가 아직 너무 부족했구나' 하고요."

레인보우가 단숨에 빛나지 못한 게 자신 탓만 같았다. 수 년간 연습생 생활을 거친 다른 멤버들에게 '피해 주지 말자'란 생각에 부단히 노력했다. '청춘불패', '식신로드'에 출연해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레인보우를 알리기 위해 몸을 던졌다. '연기 못한다'란 비판도 받았지만 그럴수록 욕 안 먹으려고 더 연습했다.

그렇게 6년이 지났다. 덕분에 연기력은 제법 늘었고, 초반에는 어설펐던 랩 실력도 꽤 유려해졌다. 음악방송 1위는 못해봤지만 '레인보우'란 이름도 여기저기 널리 알렸다. 그리고 이제 정작 고우리가 1위 한 번 못해도 초조하지 않게 됐다. 레인보우란 걸그룹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기 때문이다.

"1집 낸 지 얼마 못 가서 사라지는 그룹도 있어요. 굳이 저 높은 위랑 비교하려고 하진 않아요. 저 역시 여러 좋은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기회가 있었던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열심히 하다 보니까 이렇게 드라마도 찍고 있잖아요."

우연과 우여곡절로 시작했다. 가요계 정상은 못 올랐지만, 멤버 이탈 한 명 없는 레인보우가 팀워크로는 가히 정상이다. 고우리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5주년 기념으로 멤버들과 함께 떠났던 제주도 여행을 꼽았다.

"그게 처음이었어요. 레인보우의 여행. 저희끼리 티셔츠도 맞춰 입고 배가 터질 때까지 먹었어요. 정말 신나고 재미있게 놀았죠. 그때 저희끼리 그런 얘기했어요. '또 언제 이렇게 올 수 있을까?' 즐거웠어요.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네요."

(구자철과의 인연 등 우리가 몰랐던 레인보우 고우리의 이야기는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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