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빈 "갈팡질팡하고 좀 더 용감했던 '스물'" (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은지 기자] 김우빈이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보여줬던 이미지는 강렬했다. 익살스러운 모습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세상에 불만이 가득했고, 세상에 적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물이었다. 어깨에 힘을 줬고, 날이 선 연기를 펼쳤다. 영화 '스물'을 만나기 전까지 김우빈은 이런 이미지의 배우였다.

'스물' 속 김우빈은 180도 다른 인물이다. 가만히 앉아서 숨 쉬는 게 유일한 목표인 치호는 치열하게 살 필요가 없었다. 이런 모습은 김우빈을 끌어 당겼다. 시나리오를 읽은 뒤 "이것이다" 싶었다. 당시 영화 '기술자들' 촬영으로 지쳐있었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리를 해서라도 '스물'을 선택했다. 놓치면 후회할만한 작품이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치호는 '미친 말' 같았어요. 그래서 치호를 선택했죠. 연기를 하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들과 모습들이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조금 과장된 모습도 있었지만, 친구들(동우, 경재)이 중심을 잘 잡아줬어요."

김우빈은 치호를 연기하면서 많이 망가졌다.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코믹 연기를 선보였고,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연기를 하면서 그런 걱정은 버렸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김우빈에게는 맞춤형 캐릭터였다. 더 재밌었다. 정작 '인간 김우빈'과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에 치호는 연기적으로, 또 대중들에게 있어 김우빈이라는 인물을 소개함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적당한 시기에 '스물'이라는 작품을 만나서 저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운명적으로 이뤄진 거죠. 다만 관객들이 낯설게 느껴서 거부감이 들까봐 걱정이 됐죠. 다행스럽게도 찌질하게 잘 봐주신 것 같아서 좋아요."

치호는 아직 미래를 그리지 못하는, 꿈을 찾지 못하는 방황하는 20대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조금 과장된 모습도 있었지만 수많은 스무 살이 공감할만한 인물이었다. 그만큼 평범했다. 김우빈은 이런 스물을 보내진 못했다. 이미 꿈을 찾았고, 모델과에 입학하면서 꿈에 한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겪었던 스물은 치호와 달랐지만 그 마음을 알 것 같더라"고 했다. 어떤 감정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었지만, 치호의 마음이 이해가 됐고,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스물'을 통해 동갑내기 친구가 된 이준호와 강하늘 때문이었다. 너무 좋았던 호흡 덕에 서로 바라만 봐도 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나머지는 편안했다. "내 안에 있는 다른 모습을 꺼내려고 했다"며 그 다음은 상상력으로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냈다. 그게 치호였다.

'스물'을 이야기 하면서 인생의 스물을 빼 놓을 수 없었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역시 "스물을 돌아보게 되던가"였고, 촬영 당시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스물을 인터뷰 하면서 돌아보게 됐다며 웃어 보였다. 그래서 돌아본 김우빈의 스물은 겉보기엔 달랐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비슷했다.

"갈팡질팡하고 좀 더 용감했던 것 같아요. 가진 게 없고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어요. 모델로 따지면 디자이너 선생님들을 찾아가서 프로필을 돌리고 무대에 설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었던 것 같아요."

2011년 단막극 '화이트 크리스마스' '큐피드 팩토리',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 등 세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며 연기자로 데뷔한 김우빈은 지난해 영화 '기술자들'로 3년 만에 주연배우로 발돋움했다. 거기에 따른 부담감과 책임감이 커졌다. 행동도 조심스러워졌지만 그것이 불편하고 싫지는 않다. 감사하고 즐겁게 생각하려고 한다.

반대로 함께 따라오는 인기와 주연배우라는 자리는 익숙해 지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익숙해질 만하면 스스로 낯설고 불편하게 대하려고 해요. 그런 낯섦이 저를 발전시키는 것 같아요."

[배우 김우빈.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이은지 기자 ghdpss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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