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재환, 1루수 전향을 둘러싼 세 가지 키워드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두산 김재환의 1루수 전향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올 시즌 두산 주전라인업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와 다른 부분은 외국인타자 잭 루츠가 3루에 안착하면서 1루가 무주공산이 됐다는 점.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김재환을 주전으로 낙점했다. 시범경기는 물론, NC와의 정규시즌 개막 2연전서도 김재환을 주전 1루수로 기용했다. 타순은 8번.

본래 김재환의 포지션은 포수. 그러나 그동안 두산 특유의 두꺼운 포수진 경쟁을 뚫어내지 못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올 시즌 김재환을 완전히 1루에 정착시켰다. 김재환 역시 포수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렸다. 김 감독은 궁극적으로 김재환이 두산에 부족한 왼손 거포로 성장하길 바란다. 김재환은 28일 개막전 결승 솔로포로 중장거리 타자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태형 감독의 배려

김 감독은 시범경기 당시 “재환이는 타율 신경 쓰지 말고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는 아직 풀타임으로 뛴 적이 없다. 그러나 중장거리포를 터트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풀타임 출장할 경우 15~20개 정도의 홈런을 때릴 역량이 된다고 보는 전망도 있다.

김 감독은 김재환에게 구체적인 주문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본다. 홈런 등 수치를 얘기하면 그 자체로 부담을 갖는다는 게 김 감독 생각. 8번타순 배치 역시 비슷한 의미. 부담 없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달라는 무언의 배려. 김재환 역시 “홈런을 몇 개 치겠다는 식의 생각을 해본 적은 전혀 없다. 개막전부터 주전으로 나가서 정말 재미있다”라고 했다.

▲ 홍성흔의 조언

김재환이 포수 마스크를 벗고 1루수에만 집중하기로 한 건 팀내 최고참 홍성흔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홍성흔 역시 2000년대 중반까지 정상급 포수로 군림했다. 그러나 김경문 현 NC 감독이 두산 사령탑 시절 홍성흔에게 지명타자 전향을 권유, 포수 마스크를 벗었다. 당시 김 감독이 홍성흔의 지명타자 전향을 지시한 건 포수로서의 능력보다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 등 타격능력을 더 높게 평가했고, 그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홍성흔은 이후 리그 정상급 지명타자로 발돋움했다.

홍성흔은 김재환에게 조언을 많이 했다고 한다. 김재환은 “현실적인 부분을 말씀해주셨다. 타격이 좋으니 1루수 전향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홍성흔의 조언을 들은 김재환은 미련 없이 포수 마스크를 벗었다. 김재환은 “과감하게 결정했다. 애착이 많았지만, 어느 순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 김재환의 냉정함

김재환에게 가장 돋보이는 건 냉정한 마인드. 들뜨지도 않고, 자신감을 잃지도 않는다. 그는 “아직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어 “타격 폼은 수정하진 않았다. 작년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려고 한다”라고 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1루 수비를 두고서도 “관중이 많을 땐 콜 플레이를 해도 들리지 않더라. 미리 움직여야 한다. 경험이 쌓이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도 “재환이가 의외로 순발력이 좋다”라면서 1루 수비도 합격점을 내린 바 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중반 이후 타격 페이스가 떨어졌다”라고 했다. 그런 상황서 첫 홈런을 개막전서 장식했다. 그럼에도 김재환은 냉정함을 유지했다. 자신 있게, 크게 휘두르길 바라는 김 감독과는 달리 김재환은 “일단 방망이에 공을 정확히 맞혀야 한다. 그래야 장타도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홈런 개수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마음가짐과 통하는 부분. 욕심 없이 타격하기에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자신감도 잃지 않았다. 타자라면 누구나 조급해질 수 있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그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생각보다 삼진도 덜 나왔다. 자신감과 여유도 생겼다. 형들도 타격에 대해 많이 조언해준다”라고 했다. 장기레이스에서 주전으로 출전하면 많은 일을 겪게 된다. 김재환이 냉정함을 꾸준히 유지할 경우 올 시즌 좋은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 확실히 중장거리 타자로서의 재능과 1루수비 센스가 있다.

[김재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