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필승계투조 쾌조의 출발, 왜 고무적인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쾌조의 출발이다.

개막 2연승을 거둔 두산. 가장 고무적인 대목은 불펜. 28일 NC와의 개막전서 함덕주(⅔이닝)-오현택(⅓이닝)-김강률(1이닝)-윤명준(1이닝)이 3이닝 합작 무실점했다. 29일 잠실 NC전서도 김강률(1이닝)-윤명준(1이닝)이 2이닝 합작 무실점. 김강률과 윤명준은 각각 시즌 첫 홀드와 세이브를 따냈다.

개막 2연전을 통해 올 시즌 두산 필승계투조의 실체가 드러났다. 마무리 윤명준에 메인 우완 셋업맨 김강률, 메인 좌완 셋업맨 함덕주. 여기에 사이드암 오현택이 양념으로 가세한다. 상황에 따라 우완 이재우와 이원재, 좌완 장민익이 롱릴리프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더스틴 니퍼트의 1군 진입과 동시에 엔트리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필승조와 함께 불펜 운영 기본 뼈대는 확연히 드러났다.

▲필승조에 대한 기대와 믿음

김태형 감독은 시범경기부터 김강률, 함덕주, 윤명준을 필승조로 사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실적과 가능성을 보여줬고,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도 두각을 드러냈다. 150km를 상회하는 강력한 직구를 갖고 있는 김강률은 제구 안정감이 좋아졌다. 함덕주 역시 박빙 상황에서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직구 제구력이 좋고 커브도 괜찮다. 김 감독은 “덕주는 평소 141~142km 정도 나오지만, 위기에선 146km까지 뿌린다”라고 했다. 그만큼 상황에 따른 강약조절에 능하다는 의미. 김 감독은 개막 2연전서 주자 없는 상황서 이들을 등판시켰다. 여전히 경험이 부족한 약점이 있는 이들에게 세심하게 배려한 것.

마무리 윤명준에 대한 김 감독의 믿음도 상당하다. 마무리로 유력했던 노경은이 턱 관절 부상으로 이탈하자 곧바로 윤명준을 낙점했다. 지난해 정재훈(롯데)을 받치는 셋업맨으로 좋은 경험을 했다. 다만, 지난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어깨에 약간의 피로 증세가 있었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마지막 주까지 2군 연습경기에 등판시키는 등 윤명준을 세심하게 관리했다.

김 감독은 “명준이는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145km 정도 나오는데, 지난해 워낙 많이 던져서 그 정도 나온 것”이라면서 “벤치에서 관리해주면 구속이 더 나올 수 있다”라고 했다. 또한, 김 감독은 윤명준이 구속을 떠나서 구위 자체가 좋다는 점에도 의미를 뒀다. 심지어 “아직 베스트가 아니다. 더 올라올 여지가 있다”라고 했다. 개막전서 코너워크 위주의 조심스러운 피칭을 했지만, 김 감독은 “힘으로 더 밀어붙여도 된다”라고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약점은 역시 큰 경기 경험 부족. 하루 아침에 메워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꾸준히 실전에 등판하면서 극복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이들을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내보내는 등 배려를 해주고 있다. 김 감독은 “앞으로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등판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도 하던대로 해주면 된다. 다들 떨지 않는 스타일이다. 잘 해줄 것”이라고 했다.

▲고무적인 대목

현 시점에선 필승계투조가 실전을 통해 자리 잡힐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고무적이다. 또한, 팀내 취약 파트였던 불펜 필승조의 잠재력과 가능성 확인으로 두산 전력에 잠재적인 플러스 요인이 생겼다. 뜻하지 않은 선발진 공백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 실제 1선발 더스틴 니퍼트와 5선발 이현승의 복귀 시점을 점치기가 어렵다. 이현승은 4월 등판은 힘들어 보인다. 니퍼트 역시 한화와의 주중 3연전 등판은 불가능하다.

결국 임시 5선발 진야곱과 함께 또 1명의 대체 선발이 필요하다. 당연히 기존 카드보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 타선과 함께 불펜 도움이 필요하다. 대체 선발카드가 최소한 조기에 무너지지 않는다면 경기 중반 필승조 활용을 극대화, 얼마든지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물론 장기레이스에서 필승조를 절대 무리시켜선 안 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불펜 카드를 적절히 사용할 경우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이 부분에선 김 감독의 세심한 마운드 운영이 필요하다.

지난해 두산 불펜은 운영 시스템 자체가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개막전부터 확실한 불펜 운영 철학을 보여줬다. 아직 검증할 부분이 많지만, 일단 출발은 좋다.

[윤명준(위), 김강률(가운데), 함덕주(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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