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남긴 서울 이랜드의 다이아몬드 4-4-2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이랜드 축구가 개봉했다. 스코틀랜드 출신 마틴 레니 감독은 다이아몬드 4-4-2 전술을 가동했고, 제법 많은 숙제를 남겼다.

서울 이랜드 FC는 29일 레울 파크(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K리그 챌린지(2부리그) 홈 개막전에서 FC안양과 1-1로 비겼다. 전반 37분 주장 김재성이 역사적인 창단 첫 골을 기록하며 앞서갔지만 후반 4분 안양 김선민에게 실점하며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4342명의 관중이 들어선 가운데 이랜드 축구가 감춰왔던 속살을 공개했다.

레니 감독은 미드필더 4명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치한 4-4-2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는 레니 감독이 밴쿠버에서 자주 사용했던 전술이다.

투톱에 존슨, 보비 두 용병 공격수가 섰다. 존슨과 보비의 역할을 확실하게 나뉘었다. 탄탄한 체구의 존슨은 공중볼 싸움과 전방에서 볼을 지키는데 집중했다. 레니 감독은 존슨의 역할에 만족했다. 그는 경기 후 “슛이 없었지만 제공권 등 내가 원하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칭찬했다. 주장 김재성도 “존슨은 타켓맨으로서 볼 키핑력이 좋다. 롱볼을 하면 볼을 지키며 공격으로 올라갈 시간을 벌어준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존슨의 존재 때문에 이랜드가 원했던 ‘낮은볼’ 대신 ‘높은볼’을 자주 시도한 것 또한 사실이다. 안양 이우형 감독은 “단순한 공격패턴은 개선해야할 점으로 보였다”며 이랜드의 약점을 지적했다.

반면 발 빠른 보비는 문전 침투 후 슛을 날리며 골을 노렸다. 보비는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으로 안양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에는 한 차례 옆그물을 때리기도 했다. 하지만 골 운은 따르지 않았다.

이랜드 축구의 핵심은 ‘중원’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김영근을 중심으로 김재성, 조원희, 신일수가 다이아몬드 진형을 꾸렸다. 기본적으로 김재성이 우측에 서고 조원희가 왼쪽을 맡았다. 신일수는 포백 수비 앞에서 1차 저지선 역할에 치중했다. 전형적인 홀딩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개인의 역할과 동료간의 호흡은 완벽하지 못했다. 익숙지 못한데서 온 낯설음이다. 조원희는 “솔직히 다이아몬드 중원이 낯설었다. 특히 수비할 때 처음에는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재성도 “포항에서 파리아스 감독 밑에서 다이아몬드를 한 적이 있어서 크게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나 역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완성 다이아몬드는 레니 감독이 추구하는 ‘압박’에도 영향을 미쳤다. 조원희는 “레니 감독이 하프타임에 전진압박을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압박이 잘 안 됐기 때문이다”고 했다. 레니 감독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선수들이 긴장한 탓인지 라인이 많이 내려왔다”고 했다.

이처럼 이랜드 축구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김재성 스스로도 “숙제를 남긴 경기였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랜드는 여전히 자신감이 넘친다. 조원희는 경기 후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했다.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도 “아직 이랜드 축구를 다 보여주지 못했다. 60% 정도 밖에 안됐다”며 “우리는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고 웃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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