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의 삶, NC 이호준의 야무진 계획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NC 베테랑 타자 이호준의 은퇴 후 계획은 무엇일까.

NC는 올해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미국에서만 소화했다. 애리조나 투산과 로스엔젤레스를 돌며 현지 마이너리그팀, 대학 팀들과 평가전을 치렀다. 10개구단 중 유일하게 일본을 거치지 않고 미국에서 일정을 마친 케이스. 최근 몇 년을 통틀어 이런 일정을 소화한 팀은 없었다. 그 어떤 팀들보다 알차게 훈련을 소화했다는 평가.

베테랑 이호준에게도 미국 스프링캠프는 의미가 컸다. 28일 두산과의 개막전을 앞두고 만난 그는 “야구선수를 하면서 미국 야구장을 처음으로 가봤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언제 은퇴할지 모르겠지만, 은퇴 이후 꼭 메이저리그 구단으로 코치 연수를 가고 싶다”라고 했다.

▲은퇴 이후의 삶, 발 빠른 설계의 중요성

매년 수 많은 프로야구 선수가 그라운드를 떠난다. 현재 국내 야구계는 프로 선수의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따로 없다. 선수 시절 연봉을 많이 받은 스타들이야 문제가 없겠지만, 그저 그런 선수들의 경우 은퇴 이후의 삶이 막막한 게 사실. 때문에 대부분 야구관계자는 “현역 시절 은퇴 이후의 삶을 틈틈이 준비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대부분 선수는 되도록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남고 싶어한다. 때문에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연봉을 받는 간판스타들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이호준도 NC 간판스타로서 2012시즌 후 3년 20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그는 올 시즌 NC와의 20억원 계약이 종료된다. 내년 시즌 이후엔 다시 FA 자격을 얻는다. 사실 20억원 정도면 은퇴 이후 얼마든지 윤택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코멘트는 흥미롭다. 물론 그 역시 “최대한 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은퇴 이후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개척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사실 입담 좋기로 소문난 이호준이라면 은퇴 후 방송사에서 앞다퉈 해설위원으로 모셔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 은퇴 후 방송 쪽으로 진출하는 케이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호준은 제대로 야구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지도자를 염두에 둔 것. 그는 “은퇴를 한다면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체계적으로 코치 연수를 받고 싶다. 그래야 코치를 하든, 스카우트를 하든, 해설을 하든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가족에게 봉사하고 싶다

이호준은 “만약 은퇴 후 메이저리그 구단으로 연수를 간다면, 가족과 동행 할 것이다”라고 했다.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그는 “와이프가 그러더라. ‘선수 시절까진 가족이 뒷바라지를 해줄 테니, 은퇴 이후엔 가족을 챙겨줬으면 한다’라고. 맞는 말인 것 같다”라고 했다. 이호준은 메이저리그 코치 연수를 갈 경우 자식들의 교육 여건까지 감안할 예정이다.

“프로선수로서는 몰라도, 남편, 아빠로서는 0점”이라는 선수들의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런 점에서 은퇴 이후 가족에게 봉사하는 삶을 사는 건 충분히 의미가 있다. 특히 가족과 함께 메이저리그 코치 연수를 떠날 계획이라는 이호준의 말은 의미가 있다. 이미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현곤이 샌디에이고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있다.

이호준은 “어디까지나 은퇴 이후의 일이다. 지금은 선수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대한 오래 뛸 것”이라며 당장 은퇴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래에 닥칠 일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게 단연 눈에 띄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호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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