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안타+도루+쇼맨십' 한화 모건, 대체 못 하는 게 뭐니

[마이데일리 = 목동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나이저 모건에게 묻고 싶다. 대체 못 하는 게 뭐냐고.

모건은 올 시즌 시범경기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군 연습경기에만 출전해 컨디션을 조율했을 뿐. 지난 25일 김성근 감독이 1군 훈련에 불러 올릴 때까지 그는 베일에 가려진 사나이였다. 일본 고치,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 열린 연습경기서도 안타가 없었고, 2군 연습경기에서 연일 멀티히트 쇼를 펼쳤으나 김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좀처럼 올릴 마음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모건이 1군 훈련에 합류한 뒤 김 감독은 "그를 개막전 선발 중견수로 쓴다"고 공언했다. 예상대로, 모건은 28일 목동 넥센전에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고, 2번째 타석부터 4연타수 안타를 터트리며 믿음에 부응했다. 이날 성적은 5타수 4안타 목동구장 1루측 한화 응원석은 말 그대로 'T 세리머니' 물결이었다. 모건이 "또 다른 나의 자아"라고 외치는 '토니 플러시'를 형상화한 세리머니다.

첫 타석서 풀카운트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모건은 그러나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한국 데뷔 후 첫 안타를 2루타로 장식한 것. 후속타자 정범모의 희생번트에 3루에 안착한 그는 강경학의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아 득점까지 올렸다.

6회초 3번째 타석서도 똑같았다. 선두타자로 나서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때렸다. 넥센 유격수 김하성과 3루수 김민성의 수비 위치가 겹치는 바람에 만들어진 행운의 2루타이긴 했지만 최선을 다해 달리지 않았다면 한 베이스를 더 가긴 어려웠다.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곧이어 정범모의 희생번트로 3루에 안착한 모건은 강경학의 좌전 적시타로 또 한 번 홈을 밟았다.

8회초 4번째 타석서는 넥센 김정훈의 몸쪽 높은 공을 잡아당겨 우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1군 데뷔전, 사실상 첫 실전 무대에서 3안타 경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 것. 안타 하나하나에 'T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트린 건 물론이다. 곧이어 2루 도루에도 성공하며 빠른 발을 자랑했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클리블랜드 인디언스)서 당한 무릎 부상 여파는 전혀 없어 보였다.

9회초 몸에 맞는 볼로 출루 행진을 이어간 모건. 연장 12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넥센 좌완 김택형의 공을 가볍게 밀어쳤다. 다소 깊숙한 2루수 땅볼. 모건은 최선을 다해 뛰었고, 1루에서 세이프됐다. 4연타수 안타에 5연타석 출루. 그는 또 한 번 'T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그의 아내도 화답했다. 계속된 견제에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그는 정범모의 희생번트와 송주호의 땅볼로 3루에 안착했지만 이번엔 득점과 이어지지 못했다.

한화는 송창식이 연장 12회말 넥센 서건창에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아 4-5로 졌다. 하지만 첫날 모건의 임팩트 하나는 대단했다. 4안타는 KBO 역대 개막전 한 경기 최다안타 타이기록이다. 팀 패배로 빛이 바라긴 했으나 시범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았던 모건의 개막전 활약은 앞으로를 기대케 하기 충분했다. 확실히 스타성이 있다.

모건은 경기 후 "다들 열심히 했는데 패해 아쉽다"면서도 "야구는 야구일 뿐이다. 오늘은 졌지만 내일 또 다른 시작 준비하겠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한화 이글스 나이저 모건이 8회초 안타를 친 뒤 'T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 목동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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