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지성처럼 뛰었고 청용처럼 빛났다

[마이데일리 = 대전 안경남 기자] 강렬한 등장이었다. ‘슈퍼루키’ 이재성(23·전북현대)은 마치 박지성과 이청용을 합친 듯 했다. 스스로 잃을 것이 없다던 그는 많은 걸 얻었다.

한국은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서 1-1로 비겼다. 한국은 전반 15분 구자철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전반 31분 우즈베키스탄 공격수 쿠지보에프에게 실점하며 무승부에 그쳤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 9승3무1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아시안컵 준우승 이후 처음으로 열린 A매치서 가장 빛난 보석은 K리그가 낳은 스타 이재성이었다. 데뷔전에서 당당하게 주전으로 선발 출전한 이재성은 후반 40분까지 뛰며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서 사용했던 4-2-3-1 포메이션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공격시에는 중앙 미드필더 김보경(위건)이 전진하면서 4-1-4-1이 됐고 수비시에는 4-2-3-1을 유지했다. 이재성은 우측 날개로 시작했다. 하지만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좌우를 폭넓게 움직였다. 때에 따라선 전방으로 빠르게 침투하기도 했다.

이재성은 “포지션이 변했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안으로 파고드는 플레이를 했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올 시즌 이재성은 중앙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그러나 2선이 낯설진 않다. 최강희 감독의 지도 아래 이재성은 공격적인 위치에서도 재능을 발휘했다. 이재성도 “측면에서도 뛰어봤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 박지성처럼 뛰었다

공식적인 히트맵(활동범위)이 표시되진 않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는 단연 이재성이었다. 볼이 있는 곳에는 늘 이재성이 있었다. 공격할때도 수비할때도 이재성은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박지성이 연상된 건 그래서다. 경합 과정에서 상대를 끈질기게 쫓아가 볼을 빼앗는 장면은 ‘산소탱크’로 불린 박지성을 닮았다. 또 볼의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는 돌파와 위험지역에서 영리하게 파울을 얻어내는 장면도 ‘대선배’ 박지성을 보는 듯 했다.

▲ 이청용처럼 빛났다

이재성은 등번호 17번을 달고 데뷔전을 치렀다. 17번은 이청용의 등번호다. 이재성은 평소 “이청용형이 롤모델”이라고 밝힐 정도로 블루드래곤의 팬이다. 플레이에서도 이재성은 이청용과 겹친다. 간결한 패스와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가 그렇다.

그동안 대표팀은 이청용이 없을 때 창의력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파괴력을 갖춘 손흥민과 경기를 조율하는 기성용이 있지만, 이청용이 빠지면 팀 전체가 어우러지지 못했다. 이재성은 그러한 이청용의 재능을 보여줬다. 감각적인 턴과 재치있는 힐패스가 대표적이다.

[사진 = 마이데일리DB/대한축구협회 제공]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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