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위기탈출, 위성우 감독이 움직였다

[마이데일리 = 청주 김진성 기자] 위성우 감독이 움직였다.

우리은행의 최강전력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존 프레스 디펜스. 지역방어를 하프코트 부근까지 끌어올려 사용하는 전술. 나머지 5개구단이 꼼짝하지 못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승부처에서 존 프레스를 가동했고, 통합 2연패에 이어 이번 정규시즌까지 접수했다.

그러나 어떤 전술이든 2~3년간 사용하면 상대에 노출되고, 공략당하기 쉽다. 올 시즌 우리은행 존 프레스는 효율성이 다소 떨어졌다. 상대가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자연스럽게 활용빈도도 낮아졌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서도 마찬가지. 다만, 우리은행은 굳이 존 프레스가 아니더라도 강력한 맨투맨, 승부처 냉정한 활약 등 상대를 공략할 무기가 많다. 정규시즌에는 상대의 존 프레스 공략이 크게 표시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단기전서 이 부분은 위험요소. 더구나 정규시즌서 존 프레스를 가장 잘 깬 팀도 KB였다. 우리은행전 3승 원동력. 노련한 변연하가 버티는 게 컸다.

▲변형된 하프코트 프레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24일과 25일 쉬면서 새로운 전술을 준비했다. 1~2차전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 위 감독에 따르면, 기존의 우리은행 특유의 존 프레스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KB 서동철 감독과 농구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우리은행은 3차전서 투아웃 스리백 형태(앞선 2명이 맨투맨, 뒷선 3명은 지역방어)의 수비를 하프라인 부근에서 사용했다. 존 프레스의 지역방어 개념에 트랩 혹은 헷지(스크린을 거는 선수를 막는 수비수가 순간적으로 드리블러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것)를 강화했다. 이어 상대의 패스루트까지 예측, 다른 수비수들도 세밀한 위치 조정을 통해 턴오버를 유도하고 스틸을 노렸다. 투아웃 스리백 형태의 수비였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박혜진은 “내 움직임이 평소와는 달랐다”라고 했다.

공격하는 팀 입장에선 상대가 공격수 1명을 버리는 더블 팀을 하지 않고 최대한 드리블러를 압박하자 패스 흐름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위 감독은 이 수비를 2쿼터부터 꺼냈다. 기존의 박혜진 이승아에 박언주 등 수비력이 좋고 발 빠른 선수를 대거 투입한 시점. KB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이 수비에 크게 당황했다. 2쿼터에만 5개의 턴오버를 범한 KB는 급격히 다운됐다. 결국 우리은행은 전반전서만 무려 20점 앞섰다. 우리은행은 3쿼터와 4쿼터에도 이 수비를 시도했고, KB는 여지 없이 걸려들었다.

또 우리은행은 3차전서 KB 3점슛 성공률을 크게 떨어뜨렸다. KB는 14개의 3점슛을 던져 단 2개를 넣었다. 3쿼터까지 8개 시도해 1개 성공. 우리은행의 외곽 수비는 1~2차전과는 약간 달랐다. 강화된 외곽수비에 KB가 공격을 좀처럼 풀어가지 못했다. 종합하면 위성우 감독의 수비전술 변화가 지배한 3차전. 1~2차전서 맨투맨 의존도가 높았던 것과는 달랐다.

▲KB 체력이 떨어졌다

사실 트랩이나 헷지는 남녀프로농구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비전술. 다만, 이날 KB가 대처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체력이었다. KB 움직임이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 2경기,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2경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후반 들어 다소 회복됐지만, 전반전서는 눈에 띄게 둔했다. 경기 막판에도 다시 발이 무뎌졌다.

서동철 감독은 “트랩에 당황하면서 그대로 다운됐다. 홍아란이 특히 위축된 모습이었다”라고 했다. 홍아란은 변연하와 함께 KB 앞선을 책임진다. 그러나 홍아란과 변연하의 움직임이 줄어들면서 KB 공격 위력이 크게 떨어졌다. 우리은행과 똑같이 이틀간 쉬었는데 우리은행의 움직임은 회복된 반면 KB 활동량은 많이 떨어졌다. 결국 KB 체력이 우리은행보다 빨리 떨어진 것이다.

KB는 정규시즌에도 며칠간 쉰 뒤 경기에 임했을 때 오히려 움직임이 둔한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신한은행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4일간 쉰 뒤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 1차전서 평소보다 훨씬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걸 감안하면 KB의 3차전 떨어지는 활동량은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 우리은행 박혜진은 “4차전까지 단 하루만 남아서 이 수비에서 또 바꿀 시간이 없다”라고 했다. 3차전서 사용한 변형 하프코트 디펜스를 4차전서도 쓸 것 같다는 의미. 결국 KB의 움직임과 활동량 회복이 4차전 최대 관건이다.

[위성우 감독(위), KB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