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힐미'는 흥했는데 '하이드'는 왜 몰락했나[종영특집②]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배우 현빈과 한지민이 주연을 맡은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극본 김지운 연출 조영광 박신우, 이하 '하이드')가 흥행 참패 속에 20회의 막을 내렸다. 같은 시간대 방송됐던 MBC '킬미힐미'(극본 진수완 연출 김진만 김대진)와는 크게 다른 성적이다.

당초 '하이드'와 '킬미힐미'는 다중 인격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었던 데다 같은 시간대 편성돼 두 작품 모두 기대를 모았다. 특히, '하이드'의 경우 군 전역 후 현빈의 첫 브라운관 복귀작이었고, 영화 '역린'에 이어 한지민과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이라 대중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킬미힐미'는 배우 지성과 황정음이 KBS 2TV 드라마 '비밀' 이후 재회한 작품이었다.

'하이드' 보다 먼저 뚜껑이 열린 '킬미힐미'는 지성의 연기력과 황정음과의 조합이 빛을 발했다.

가장 걱정이 됐던 제2인격, 제3인격 등은 예상을 뒤엎는 지성의 연기력으로 위화감 없이 덧입혀 졌다. 이는 아이라인이 강렬했던 신세기, 전라도 사투리가 구수했던 페리박, 분홍색 교복을 입고 틴트를 바르던 요나 등 미묘하면서도 확실하게 캐릭터를 가르는 완벽한 캐릭터 설정이 밑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캐릭터가 탄탄했으니 지성이 연기하는 인격들은 생동감 있고 명확하게 그려졌다.

여기에 황정음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지성의 연기를 잘 받아들였다.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쁜 척 하지 않는 황정음의 표정은 지성의 인격이 돌변하고, 돌발행동을 할 때 카타르시스를 더욱 자극했다.

캐릭터에 남녀 주인공들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데다 스토리 전개도 탄탄했다. 진부할 수 있는 극 중 인물들 출생의 비밀을 개연성 있게 그려냈고, 쉽게 다루기 어려운 '아동학대'에 대한 메시지까지 담아내며 의미를 더했다.

이후 첫 발을 뗀 '하이드'는 '킬미힐미'에 비해 안정적일 거라는 예견이 많았다. '하이드'는 고전 '지킬앤하이드'에 모티브를 두고 있어 소재면에 있어서도 확실한 키를 쥐고 있었다. 한 사람 안에 두 개의 인격이 피어나 한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언뜻 듣기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하이드'는 기대이하였다. 극중 스토리 전개가 방향성을 잃으면서 시작됐다. 현빈과 한지민이라는 카드가 무색할 정도로 속수무책이었는데, 첫 방송부터 고릴라가 등장하는 등 허무맹랑한 설정들이 억지스러웠다.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그린다 하더라도, 응당 주어져야 할 개연성과 설득 과정이 부재했다.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감정선도 따라가기 어려웠다. 특히, 소멸돼야 하는 인격에 대한 예정된 이별, 그로 인한 억지 슬픔을 요구했던 건 시청자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전체적인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입체적이지 못했다. 지극히 진부하게 선과 악으로 구분됐다. 까칠하지만 저돌적인 서진과 한 없이 부드럽고 달콤한 로빈이 가장 공을 들인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누구나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자연히 '하이드'의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결국 디테일하지 못하고 엉성한 스토리 라인과 인물 설정이 '하이드' 몰락의 원인이었다.

'하이드' 후속으로 방송되는 '냄새를 보는 소녀'는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냄새가 눈으로 보이는 초감각 목격자와 어떤 감각도 느낄 수 없는 무감각 형사가 주인공인 미스터리 서스펜스 로맨틱 코미디드라마다. 4월 1일 첫방송.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포스터. 배우 현빈(아래 왼쪽)과 한지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SBS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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