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어리석음, 빚"…이병헌의 110초 사과, 성공적?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인천 이승록 기자] 배우 이병헌(45)이 또 사과했다. 여론은 반전될 수 있을까.

지난해 10월 미국 출국 당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실망하신 분들께 죄송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특히 아내와 가족에게 미안하다. 아내가 받은 상처는 회복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한 이병헌이 26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다시 사과했다. 그 사이 이병헌은 한국으로 잠시 돌아와 일명 '50억 협박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사과는 지난 번과 달리 아내인 배우 이민정(33)이 공항에 같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재차 떠났던 이병헌은 아내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머물러왔다. 동반 귀국이었다.

그간 이민정이 임신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임신 소식이 전해진 후의 동반 귀국이라 취재진의 관심은 더 뜨거웠다. 기자 100여 명 이상이 공항에 몰렸다. 공항을 찾은 시민들도 뜨거운 취재 열기에 발걸음을 멈췄다. 곳곳에서 "이병헌, 이민정이 지금 여기로 오고 있대"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만 이병헌은 심경을 밝히기 전, 이민정을 에스코트하며 취재진을 비켜 공항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임신한 아내를 배려한 장면이었다. 이병헌이 이민정과 함께 가까이 오자 여러 시민들이 휴대폰을 꺼내들고 사진을 찍었으나 이병헌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아내를 보낸 후 취재진과 사전에 약속된 위치에 선 이병헌은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땅만 바라봤다. 침묵은 다소 긴 느낌이었다.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여러분들께 사과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을 너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병헌은 자신을 "잘 알려진 사람으로서, 가장으로서"라고 지칭하며 "너무나 큰 실망감과 불편함마저 끼쳐 드렸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일은 저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에 오롯이 그에 대한 비난도 저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오롯이'란 단어를 사용했을 만큼 비난 여론을 혼자 떠안겠다는 이병헌의 의지가 담긴 말이었다. 아내 이민정을 포함해 다른 곳으로 악화된 여론이 향하는 것은 막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병헌은 "여러분께서 어떤 부분 때문에 실망하셨는지 잘 알지만, 저의 어리석음 때문에 이렇게 긴 시간이 흘러버렸습니다"라고도 했다. 일명 '50억 협박 사건'의 피해자임에도 자신을 향해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단 사실이 '저의 어리석음'이란 말에서 전해졌다.

그리고 "저에게 많은 분들이 실망하고 상처 받았을 텐데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반성하겠습니다"라고 '반성하겠다'는 말을 두 차례 반복하며 자신의 심경을 강조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병헌은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평생을 갚아도 안 될 만큼 빚을 졌고, 책망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여러분들께 사죄 드리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허리를 깊이 숙였다.

아내 이민정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가족들'이란 말로 에둘러 표현했고, '평생 갚아도 안 될 만큼의 빚'이라고 자신이 느끼는 죄책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렇게 약 1분 50초간의 심경 고백을 마치고 이병헌도 이민정의 뒤를 따라 공항을 떠났다.

이병헌, 이민정 부부는 광주 신혼집으로 향했다. 이민정이 4월 출산 예정이라 당분간 휴식하며 출산 준비에 전념할 계획이다.

관건은 이병헌의 향후 활동 전망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만 3편이다. '협녀', '내부자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등. 이 중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만 7월 개봉을 확정했고 나머지 두 편의 개봉 시기는 미정이다. '50억 협박 사건' 이후 이병헌의 복귀작이 어떤 작품이 될지 영화계 시선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50억 협박 사건'에 얽힌 이병헌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게 걸림돌이다. 과연 이병헌이 이번 사과 이후 여론의 전환점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인천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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