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컵 결산①] 대한민국 바꾼 슈틸리케 감독 말말말

[마이데일리 = 호주 시드니 안경남 기자]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은 아시안컵 내내 영혼을 울리는 직언으로 선수들의 하나로 만들었다. 그 결과 월드컵에서의 부진으로 바닥까지 떨어졌던 한국 축구의 위상을 다시 바꿔 놓았다. 오만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호주와의 결승전까지, 대한민국을 바꾼 슈틸리케 감독의 인터뷰를 모아봤다.

● “대회를 길게 볼 때 1-0으로 근소하게 이기는 것이 5-0으로 이기는 것보다 낫다. 모두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리고 우승후보 애기가 나오는 것은 좋지 않다”

1월 10일 오만과의 첫 경기를 1-0으로 힘겹게 이긴 뒤 슈틸리케 감독은 화려한 출발보다 조금 느리지만 우리의 길을 가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호주, 일본, 이란, UAE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한국은 묵묵히 승리를 챙겼고 무실점으로 결승까지 올랐다.

● “우리는 참으로 운이 좋았다. 오늘 경기를 계기로 우리는 우승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다”

1월 13일 빗속 혈투 끝에 한국은 쿠웨이트를 힘겹게 꺾었다. 졸전이었다. 이전까지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슈틸리케는 처음으로 불 같이 화를 냈다. 우승후보가 아니라는 독설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거짓말같이, 한국은 다음 경기부터 경기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 “18, 19, 20번째 그 어떤 선수가 들어와도 우리는 누구나 다 준비가 돼 있다. 오늘 같은 투지라면 대회를 치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1월 17일 모두가 호주의 승리를 예상한 경기였다. 한국은 이전 두 경기서 졸전을 펼쳤고 호주는 무려 8골을 터트리며 승승장구하던 때다. 그러나 한국은 호주를 상대로 1-0 승리하며 조1위를 거머쥐었다. 슈틸리케는 계속된 변화에도 엄청난 투지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극찬을 보냈다.

● “120분 동안 정신력을 잃지 않고 싸워준 것에 대해서 선수들에게 칭찬 밖에 해줄 게 없다”

1월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은 정신력의 싸움이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투혼을 발휘했고 연장전서 손흥민이 두 골을 터트리며 승리했다. 슈틸리케는 선수들의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감독의 이러한 발언은 선수들의 지치지 않는 에너지의 원천이 됐다.

● “설사 우승을 하더라도 한국 축구는 더 노력하고 발전해야 한다”

1월 26일 한국은 이라크를 누르고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담담했다. 그는 당장의 우승보다 더 큰 미래를 그리는 듯 했다. 이는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이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무조건 우승하겠다는 것보다 더 위트 있게 다가왔다.

●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한국어)”

1월 31일 한국은 55년 만에 찾아온 우승 문턱 앞에서 또 다시 좌절했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종이에 적어온 한국어 한 마디로 모든 걸 정리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11명만으로 힘을 내지 않는다”며 다시 한 번 하나로서의 ‘팀’을 강조했다. 그랬다. 슈틸리케는 축구가 가진 진정한 의미를 금방 타오르고, 금방 식어버리는 한국 팬들에게 전달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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