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 3루수, 현실성 없는 얘기 아니다

[마이데일리 = 일본 고치 강산 기자] "김태균, 오늘 보면 3루수도 무리 없을 것 같다."

'야신'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은 매우 만족한 눈치였다. '캡틴' 김태균의 이른바 지옥의 3루 펑고를 본 뒤 믿음이 더욱 확고해진 모양새다.

한화의 1차 전지훈련이 진행 중인 24일 일본 고치 시영구장 보조운동장. 김태균과 김회성이 3루 펑고를 받고 있었다. 둘의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된 건 당연지사. 김 감독의 펑고는 낮고 빠르게 김태균과 김회성의 왼쪽을 향했다. 다이빙 없이 잡기 어려운 타구가 대부분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28일 취임식 당시 "김태균이 한국 나이 33세인데 20대로 돌려놓아야 한다. 당분간 3루에서 반쯤 죽을 것"이라며 지옥훈련을 예고했다. 실제로 김태균은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서도 끊임없이 3루 펑고를 받았다. 스프링캠프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김태균과 김회성은 펑고 1박스(250개)씩 소화했다. 김 감독은 펑고 500개를 치고도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김태균도 무척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다. 날렵한 백핸드 캐치를 선보였고, 1루 송구도 비교적 정확했다. 하지만 힘든 건 당연지사. 김태균은 반대편서 번트 훈련을 하던 정근우에게 "정근우 뭐하냐, 이리 와"라고 외치기도 했다. 김 감독은 김태균이 조금이라도 지친 기색을 보이면 "빨리 일어나라"는 김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더 할까?"라고 농담을 던지면서도 무섭게 몰아붙였다. 김태균의 오렌지색 유니폼은 순식간에 흙색이 됐다.

훈련 직후 김 감독은 김태균의 수비에 무척 만족한 눈치였다. 그는 "김태균도 펑고 한 번 받을 때가 돼서 한 것이다"며 "생각보다 센스가 있다. 볼 처리 능력이 좋고, 글러브질도 잘한다.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태균은 자신의 왼쪽으로 빠지는 원바운드성 타구도 백핸드로 글러브에 넣었다. 이날 훈련을 보면 당장 3루수로 써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김 감독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김태균이 3루를 보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한 연습"이라고 했다. 만약 김태균이 3루까지 소화 가능하다면 활용 폭이 한층 넓어지는 셈.

김태균은 지난해 말 한 차례 3루수로 나선 적이 있다. 프로 데뷔 후 100번째 3루수 출전. 데뷔 시절 포지션을 되찾은 것. 물론 김태균의 주 포지션은 1루수이지만 유사시를 대비해 3루수 연습도 병행한 것이다. 김 감독은 "김태균이 정말 좋아졌다. 오늘 수비 봐선 3루수로 써도 될 것 같다. 재미있을 것이다. 내가 올스타전 감독 맡았을 때도 이대호(당시 롯데, 현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좌익수로 투입한 적이 있다"며 껄껄 웃었다.

취임 당시 화제가 됐던 "김태균은 당분간 3루에서 반쯤 죽을 것이다"는 김 감독의 말. 단순히 수비 강화를 위해 3루 펑고를 받게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김태균의 3루수 기용은 현실성 없는 얘기가 아니었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전력을 구상하는 김 감독의 치밀함을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었다.

[한화 이글스 김태균이 김성근 감독의 펑고를 받고 있다. 사진 = 일본 고치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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