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한화 송은범이 보여준 有경험자의 여유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강산 기자] "죽으러 갑니다."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새롭게 출발하는 송은범은 짧고 굵은 한 마디를 남겼다. 송은범을 포함한 한화 선수단 16명은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전지훈련지인 일본 고치로 출국했다. 한화는 15일과 16일 양일간 두 조로 나눠 출국길에 오른다.

오전 8시 출국임에도 약 3시간 전부터 공항에 도착한 송은범은 먼저 "순진하게 일찍 왔다"며 웃었다. 다소 피곤할 법했지만 새 유니폼을 입고 전지훈련을 떠나는 각오는 남달랐다. 구본범, 양훈 등 후배 투수들에게 고치에서의 경험을 전하기도 했다. 송은범은 김성근 감독과 함께한 SK 와이번스 시절에도 고치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한 바 있다.

출국 전 만난 송은범은 "죽으러 가는 것이다"는 한 마디만 남겼다. 익히 알려진 대로 김 감독의 훈련량은 어마어마하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경쟁을 유도하며 능력치를 극대화하는 것. 송은범은 누구보다 김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비시즌에도 괌으로 출국해 개인 훈련을 소화한 송은범은 "몸도 잘 만들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전보다 다소 살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송은범은 "야수들이 힘들 것이다"며 "투수들은 대기 시간이라도 있지만 야수들은 펑고 1,000개씩은 받을 것이다. 2월 초에 눈이 오기도 하는데 상관없이 운동한다"며 강훈련을 예고했다.

한편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3년 SK에 1차 지명을 받은 송은범은 2009년 12승 3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하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후 2년간 보직을 가리지 않고 희생하며 8승 5패 8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0(2010년), 8승 8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3.43(2011년)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우완투수로 자리매김했다.

2011년 말 팔꿈치 수술 여파로 2012시즌 20경기 등판이 전부였지만 8승 3패 평균자책점 4.15로 선방했고, 포스트시즌서도 투혼을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지난해 5월 6일에는 김상현, 진해수(이상 SK), 신승현이 포함된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KIA로 둥지를 옮겼다.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KIA에서 뛴 2시즌 동안 5승 15패 평균자책점 7.33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마운드 보강이 절실했던 한화는 송은범에게 손을 내밀었다. 원소속 구단 우선협상 기간이 끝나자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4년 총액 34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한창 위력을 떨치던 2009~2011시즌 김 감독과 함께했던 점도 반영됐다. 송은범은 입단식 당시 "김성근 감독님께 내 몸을 맡기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김성근 감독을 포함한 코치진 23명과 주장 김태균을 비롯한 선수 58명, 총 81명의 선수단은 고치 시영구장과 동부구장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 뒤 다음달 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이동해 고친다구장에서 3월 3일까지 훈련을 이어간다. 2군 선수단은 내달 15일부터 3월 10일까지 일본 고치와 마츠야마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송은범. 사진 = 인천공항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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