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춘기', 찬란한 아픔 속 지독한 공감의 힘 [MD리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사춘기', 그야말로 찬란한 아픔이다.

뮤지컬 '사춘기'는 표현주의의 선구자로 불리는 독일의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가 1891년 쓴 희곡 '눈 뜨는 봄'을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상황에 맞게 번안해 학력 위주의 입시지옥에 갇혀 사는 청소년들의 고통을 다룬 작품.

청소년기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를 통쾌할 만큼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그에 대한 가식, 위선으로 무장한 기성세대를 향한 위트 넘치는 비판이 때론 가슴 저리게 느껴지게 한다. 2008년 국내 초연 이후 2014년 새로운 연출 및 배우들과 함께 돌아왔다.

'사춘기'는 제목 그대로 사춘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그린다. 누구나 겪고 있고, 또 겪어낸 사춘기를 소재로 하기에 공감의 힘은 지독하리 만큼 크다. 누구나 지나온 시절이기에 추억이 되기도, 또 다른 아픔과 치유로 다가오기도 한다.

다양한 인간 군상 만큼이나 '사춘기' 속 인물들이 사춘기 시절 겪는 상황은 다양하다. 물론 극중 인물들의 이야기는 극단적으로 그려진다. 청소년들의 자살, 동성애, 임신, 일탈 등 묵직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된다.

사회라는 큰 시스템 속에 찬란한, 또 찬란해야만 하는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더 큰 아픔과 위로, 그 안의 성장을 그린다. 사춘기 시절을 견뎌내지 못한 이들의 아픔을 그리기에 더욱 쓰리고 아프다.

그러나 '사춘기' 안에는 아프기만 한 청소년들이지만 이들이 낭만적인 사랑과 우정, 그들만의 언어와 유쾌함 등을 그리기에 오히려 찬란하다. 하지만 그 찬란한 만큼이나 아픔도 더 깊숙히 다가와 더 지독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모두가 찬란했고, 그래서 더 아팠던 사춘기를 그리기에 공감은 배가 된다. 누군가는 순응하고 누군가는 반항한다. 어떤 이는 굳건하고 어떤 이는 흔들린다. 이같은 다양한 찬란함과 아픔이 각기 다른 표현 방법으로 그려져 보는 재미를 더한다.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극단적으로 표현되다 보니 자칫 심각할 수 있지만 이는 곧 배우들의 역량과 안무, 음악의 힘으로 보완된다. 치기 어리지만 여리고 순수하기에 더 빛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배우들의 섬세하고 탄탄한 연기력을 만나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배우 김성철, 최성원, 신성민, 강정우, 강윤정, 조형균, 윤나무, 임병택, 박란주, 고훈정, 김다흰, 박정원의 몰입도 높은 연기 뿐만 아니라 움직임도 극 자체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다. 대사 만큼이나 직설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이들의 처절한 움직임은 극을 더욱 독특하게 만든다. 이는 곧 특별함으로 다가와 누구나 겪는 사춘기를 그저 그런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로 만들며 작품성을 높인다.

생생한 라이브밴드 역시 '사춘기' 극 자체가 갖는 분위기와 조호를 이룬다. 라이브가 가져다주는 생동감과 현장감이 사춘기라는 주제에 걸맞는다. 두 대의 키보드, 어쿠스틱 기타, 일렉 기타, 베이스, 아코디언, 드럼&퍼커션 등 총 여섯 종류의 악기로 구성된 만큼 풍부한 음악을 자랑한다.

뮤지컬 '사춘기'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통해 찬란한 아픔을 이야기 하고 위로를 건넨다.

한편 뮤지컬 '사춘기'는 오는 2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사춘기' 공연 이미지. 사진 = 연우무대, is ENT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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