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뜨거운 여름', 초심과 열정 그 안에 존재하는 내공 [MD리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뜨거운 여름', 10주년을 맞은 간다의 초심과 저력이 돋보인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공연을 앞두고 첫사랑이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배우 재희가 연기를 하면서 과거 자신이 품었던 꿈과 열정을 회상하는 내용으로 재희가 학창시절부터 꿈을 꾸게 해 준 첫사랑의 흔적과 열정의 고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창단 10주년을 맞아 연극 '올모스트 메인', '나와 할아버지', '유도소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를 잇달아 선보인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의 10주년 퍼레이드 마지막 작품이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퍼레이드 마지막 작품인 만큼 간다만의 스타일과 함께 이들의 초심이 그대로 묻어 있다. 10년간 쌓아온 내공을 노련하게 표현해내면서도 이들의 초심을 통한 신선함이 돋보인다. 그간의 10년을 인정 받으면서도 앞으로의 10년 역시 기대를 갖게 하는 퍼레이드 마지막에 딱 적합한 작품이다.

간다만의 스타일이 제대로 녹여진 '뜨거운 여름'은 간다만의 독특한 형식이 돋보인다. 이야기는 대사와 연기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수준급의 무용, 마임, 노래 등을 통해 표현된다. 배우들의 무용은 물론 몸짓을 통해 만들어지는 상상의 나래는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도 무대를 꽉 채운다.

어른 재희의 내레이션을 통해 펼쳐지는 재희의 과거 이야기들은 관객들을 향수에 젖게 만드는 것은 물론 재희의 뜨거웠던 시절을 함께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 소소하지만 사실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우리의 뜨거웠던 그 때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며 가슴 뛰게 하는 것이다.

친구와의 우정, 첫사랑과의 설렘, 어른들에 대한 불신과 꿈을 향한 열정 등이 재희의 성장을 통해 함께 움직인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기에 가을의 선선함을 느끼듯 이들은 뜨거운 어느 한 때를 보내기에 여유와 추억을 갖게 된다. 초심이 사라지고 변색되는 시점에 자신의 뜨거웠던 때를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며 또 뜨겁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극중 김춘수의 시 '꽃'을 통해 감성적이게 그려진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는 시 구절은 첫사랑의 설렘을 더 간질간질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결국 인생 그 자체에서도 관객들 마음을 자극한다. 무엇이 되고 싶은, 그 뜨거운 열정이 감성적인 시를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지는 것이다.

'바닷물은 3%의 소금 때문에 썩지 않는다'는 메시지 역시 관객들을 자극한다. 우리를 썩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3%는 무엇인지, 그 열정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과거의 뜨거웠던 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고 현재의 뜨거움을 느낄 수도 있다. 또 다가올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생각에 들뜨기도 한다.

초심과 열정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를 하며 진부하지 않은 것은 표현 방법에 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배우들은 빠른 시간, 잘 맞춰진 합을 통해 계속해서 다른 상황, 다른 인물,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7명의 배우들이 발산하는 끼가 그야말로 폭발한다.

특히 간다의 대표 배우 진선규의 호연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매 공연에서 진짜 그 인물이 된 듯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는 진선규는 '뜨거운 여름'에서 역시 남다른 실력을 보여준다. 어린 재희가 성장해가는 과정이 오직 그의 존재 자체로 표현된다.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수준급의 무용 실력은 보는 재미를 높인다.

진선규 뿐만 아니라 치열한 공개 오디션을 통해 뽑힌 배우들 역시 관객들의 열정을 끌어올릴 정도로 뜨겁다. 과거 재희의 첫사랑 채경과 그녀를 쏙 빼닮은 사랑 역을 맡은 신의정은 아련하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을 뽐낸다.

차용학, 유연, 김대현, 이지선의 다양한 연기 역시 극의 재미를 더한다. 다양한 인물은 물론 사물, 배경 그 자체가 되며 무대 위에서 자유로운 배우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또 '뜨거운 여름'을 통해 데뷔한 조원석은 아름다운 현대무용으로 열정 그 자체를 표현하며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메시지, 배우들의 매력 뿐만 아니라 간다만의 깨알 재미도 있다. 간다 작품을 사랑하는 관객들이라면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장면도 숨겨져 있는 것. 이와 함께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웃음과 아기자기한 설정들은 대중적이면서도 독특한 간다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다.

또한 극 말미 '무용처럼 연기하고 싶다, 연기처럼 무용하고 싶다'는 간다 자체를 말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대사 뿐 아니라 움직임을 통해 연기를 펼치는 간다 배우들, 또 그 움직임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연기. 별다른 장치나 화려한 포장 없이도 관객들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간다의 다짐으로 느껴진다.

10년간 오직 공연이 좋아 뚝심있게 이어져온 간다의 열정. 이들은 10주년 퍼레이드 마지막 작품을 통해 진정 똑똑한 행보를 보였다. 그간 다져진 내공을 터뜨리면서도 초심과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선보이고, 메시지 자체도 우리 안의 뜨거운 열정을 이야기 하며 자신들의 뜨거운 열정도 입증하고 있다. 내년이면 11주년이 되는 간다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한편 연극 '뜨거운 여름'은 오는 12월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뜨거운 여름' 공연 이미지. 사진 = 스토리피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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