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는 90년대에 끝났다"…Born Again 서태지의 2014(일문일답)

[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가수 서태지가 5년 만에 취재진들 앞에서 자신을 향한 물음표에 느낌표를 내놨다.

서태지는 20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그랜드 볼룸에서 진행된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Quiet Night)' 발매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Q. 소감

A. 오늘 비도 많이 왔는데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 5년 만에 나왔다. 잘 부탁드린다.

Q. 신비주의를 탈피한 이유는?

A. (과거와) 특별히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예전에도 음반 발매할 때마다 토크쇼를 해왔었다. 특별히 이번엔 9집 음반이 예전보다는 대중적인 음반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활동 방식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Q. 마니악했던 서태지, 대중적으로 변했다?

A. '변절자'라는 얘기는 시나위 시절, '난 알아요'를 할 때부터 들어왔다. 변하는걸 좋아하는 게 내 성격이다. 가정이 생기면서 확실히 여유가 많이 생기고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 그게 음악에 고스란히 전달이 됐다. 이번 9집은 내 딸 아이도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사람이 들었으면 한다. 그게 지금 현재로서 가장 잘하고, 관심 있는 음악이다. 이번 내 음악을 대중적이라고 말해줘서 기쁘다. 대중적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다. 신드롬까진 아니더라도 어린 친구들도 '서태지는 이런 음악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알길 바란다.

Q. 생각보다 공연이 잘 안 됐다. 분위기 역시?

A. (제 음악이)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나왔을 때도 관객 같은 경우에도 솔직히 말씀 드리면 예전하고 비슷하다. 음원 순위를 많이 말씀하시고 하는데 오히려 8집보다는 잠깐이지만 순위도 높은 적이 있었고, 그런 점에 있어서는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 항상 공연장을 찾아 주시는 것에 대해서 감사 드리고 있고, 지금도 공연장 생각하면 울컥한다.

Q. 음반에 대한 반응에 대해서?

A. 이번 음반이 대중적으로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음반이 나오고 갑논을박이 많이 나오는 분위기, 그런 분위기가 좋다. '이런 노래 병신 같아', '이 노래 천재적이야'라는 등의 말이 나와 좋다. 이런 와중에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토론을 할 수 있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YG 악동뮤지션과 공교롭게 겹친 것에 대한 생각?

A. 우리 양군이 성공한 것에 대해서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다. 예전에 활동했던 동료들이 다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교롭게' 시기가 겹친 것이 맞다. 하루에도 여러 가수들의 곡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전혀 그렇게(양현석이 서태지 컴백 시기를 일부러 기다렸다가 소속 가수 음원을 냈다는 시각) 생각하지 않는다.

Q. 서태지는 한 물 간 가수?

A. 이번 공연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은 다분히 연출적이었지만 제 진심이 담긴 말이기도 하다. 제가 음반을 만들 때마다 좌절하는 스타일이다. 항상 '다음 음반이 나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런 심정이 담겨 있다. 이번 음반도 그렇다. 8집 만들 때도 '제로'라든가 '로보트'를 보면 고해성사 같은 게 있는데 제가 나이도 많이 들다 보니까 '내가 음악을 90년대처럼 할 수 있을까, 매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매번 겪는다. 그런 시간을 거쳐 나온 게 9집 음반이다.

Q. 음원성적이 저조하다?

A.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유 덕분에 '소격동'도 롱런하고 있고 10대들이 관심을 가져줬다. 지금은 순위는 밑에 있지만 음악이라는걸 성적이란 걸로 구분하는 것보다 개개인이 들었을 때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난 학교 다닐 때도 성적표 받고 등급 나누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자퇴했다. 내 나이도 이제 40이 넘었으니 성적보다 음악 자체로 얘기하는 풍토가 생겼으면 좋겠다.

Q. 서태지는 국내 가요계의 문익점?

A. 일정 부분 맞다. 90년대 초에는 다양한 장르가 부족했다. 외국 장르들 보면서 '한국에도 이런게 있었으면 좋겠다. 팬들도 접했으면 좋겠다'하는 문익점의 마음이었다. 최초의 수입업자라고 불러주면 감사할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수식어 때문에 부담감을 느껴서 일부러 더 새로운 것을 가져오려는 것은 아니다.

Q. 표절 논란에 대해선

A. 3집 때부터 '교실 이데아'라는 생소한 음악을 하면서 표절 논란이 시작됐다. '컴백홈' 때는 '사이프레스의 창법을 따라했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실제로 레퍼런스를 삼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표절이냐 아니냐'라고 하시면 표절은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제가 그걸 방송에서 '갱스터 랩은 이렇게 이렇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렇다'라는 등 해명하려고 노력했었는데 해명이 불필요한 것 같다. 어떻게 파생이 되는 건지 말씀 드리면 하루 종일 강의를 해도 힘들 것이다. 언젠가는 그런 표절이 사그러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악을 들으시고 판단해 주시면 좋겠다.

Q. 새 앨범 콘셉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

A. 예쁜 동화는 아니다. 실제로 저도 '이 노래를 내 딸이 들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만들었다. 어느 정도 스토리텔링이 있다. 소격동에서 어렸을 때 지내오던 이야기들, 제가 아버지가 돼서 느끼는 감정들을 들려주고 싶었고 '크로스말로윈'은 말 그대로 '세상은 그렇지 않아 정신차려'라고 하고 싶었다. '나인틴스 아이콘'에선 '네 아빠가 옛날엔 이런 사람이었는데 이젠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라고 말한 것이다.

Q. 재킷이 묘하다

A. 음반 재킷은 딸이다. 그 아이가 6살, 7살이 됐을 때를 상상하며 만들었다. 그 아이가 세상을 여행하면서 느끼게 된 것을 그렸다. 마지막엔 태교음악으로 '성탄절의 기적'을 하나 넣었다. 실제로 되게 일찍 만들었다 녹음까지 끝내서 와이프 배에 대고 많이 들려줬었는데 태어나기 전에 애틋한 감정 많이 담았다. 새 생명을 갖게 되는 어머니 아이가 같이 들었으면 하는 강렬한 바람이 있다. 배속에서 들으면 좋은 꿈을 꾸게 하는 음악이 될 것 같다. 동화 같은 테마로 쭉 만들었다.

Q. 서태지의 곡은 사회비판적이다?

A. 꼭 노래를 통해 사회적 비판을 한다기보다는 곡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길 바랐다. '크리스말로윈'은 같은 맥락으로 사실은 '울면 안돼'에서 시작된다. '산타할아버지는 하루에 두번씩 리스트업을 해. 우는 친구들을 잡아내서 선물을 안 준대'등의 내용이 어렸을 때부터 재미있기도 하고 무서웠다 '컴백 홈'에도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내가 딸을 돌보며 울지 말라고 달래는 것도 혹시 제압이나 권력이 아닐까 싶다. 아기에게 공포를 주고 선물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는 생각 중에 나온게 '크리스말로윈'이다

Q. 컴백 공연을 본 아내 이은성 및 가족들의 반응?

A. 가족들이 와서 공연을 지켜봤다. 특별히 몇가지 지적들을 했었다. 제가 '공연 잘 된 것 같아?'라고 했는데, '이런 거 이런 거 별로였다'라고 했다. '100점 만점에 70점, 80점 얘기를 들었다.

Q. 여전히 서태지의 시대가 지속되는 이유는?

A. 서태지의 시대는 90년대에 끝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2000년대에도 물론 앨범을 냈지만 그게 대중적인 건 아니었고 마니악한 음악이었다. 대중을 버리게 된 셈이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는 미안했다. 과거 나를 좋아했던 분들이 어렵다는 이유로 내 음악을 안듣게 시작해 안타깝다. 그러나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내 자리에서 음악을 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Q. 사생활, 악플 등 음악 외적인 것에 대한 생각은?

A. 저의 오래된 안티팬들은 제가 음반을 내면 팬과 안티팬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한다. 굉장히 재미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기 의견 막 얘기하는 거 좋다고 생각한다. 악플 이런 부분들은 너무 오래 됐다. 그러니까 서태지와 아이들 때는 악플이란 건 없었지만 특히 언론에서 많이 부딪쳤다. 2000년도부터 안티 사이트들이 만들어졌다. 그게 쭉 이어져 오고 있다. 이번 8집 끝나고 9집은 심오한 과정이 있었다. 제가 떡밥을 많이 던졌다. 진수성찬 차렸다. 그것 가지고 재미있게 얘기하는데 중요한 건 음악 나머지는 가십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관심들 덕분에 제 음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게 하고 싶다면 악플도 환영한다

Q. 함께 작업한 아이유는?

A. 저는 스스로 보컬리스트라고 생각하지 않고 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한다. 제 노래를 다른 가수가 부르면 어떨까라는 생각은 많이 했다. '소격동'을 만들고 그 노래가 예쁜 노래여서 남자보단 여자가 부르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유 얘기를 회사랑 지나가는 말로 했는데 '진짜 해볼까요'라고 해서 바로 진행을 했는데 실제로 아이유 덕을 너무 많이 봤다. 업고 다니고 싶다. 10대들한테 어필할 수 있는 계기를 줬다.

아이유 음악을 많이 들었다. 데뷔할 때부터 '부', '마시멜로' 등 들었다. 아이유의 속에 있는 보이스 컬러가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여자 싱어가 그런 감성을 표현하는 보이스가 있다는 게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기적이 '소격동'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유를 평창동 집에 초대해 와이프와 식사도 하고 얘기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서태지는 지난 2009년 7월 정규 8집 '아토모스(Atomos)' 이후 5년 만에 정규 9집을 발매했다. 타이틀곡 '크로스말로윈(Christmalo.win)'을 비롯해 '소격동', '숲 속의 파이터', '프리즌 브레이크(Prison Break)', '나인티스 아이콘(90's Icon)', '잃어버린', '비록', '성탄절의 기적' 등 인트로 포함 총 9트랙이 담겼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운동장에서 컴백 콘서트 '크로스말로윈'을 개최, 양일간 5만 여 명의 팬들을 만났다.

[가수 서태지.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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