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유연석, "민감한 소재라 걱정? 배우로서 충실했다" (인터뷰①)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영화 '제보자'(감독 임순례)는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연기파 배우 박해일, 이경영, 유연석 그리고 임순례 감독이 의기투합한 것 외에도 지난 2005년 대한민국을 달궜던 줄기세포 조작 논란을 영화화 한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제보자'에서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제보하는 연구원 심민호로 분한 유연석은 많은 사람들이 민감한 소재라 우려할 때도 자신은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였기 때문이다.

유연석은 "물론 민감한 소재를 다루기는 했지만, 연기자로서 하나의 이야기와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 크게 민감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보시는 분들도 내가 어떠한 성향을 띠고 이 작품을 고른 게 아니라 배우로서 하나의 내 역할에 충실했다고 봐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칠봉이(유연석)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촬영이 끝나갈 때 쯤 '제보자' 출연을 제의를 받았다. 그리고 '제보자'가 민감하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기존 자신이 맡았던 역할들에 비해 크게 도드라지는 캐릭터가 아님에도 기꺼이 출연을 결정했다.

유연석은 "'응사' 다음 작품에서 칠봉이와 다른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심민호가 내가 보여주지 않았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처음에 걱정했던 건 딸을 가진 아버지 역이 처음이라는 점이었다. 다행히 영화를 보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영화를 보며 중간 중간 여러 생각이 들었고, 끝나고 나서도 스스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좋았다"며 "저 상황에 처해 있으면 저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진실 앞에 당당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왜 이 시대가 진실 앞에 당당하기 힘들어 졌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심민호의 딸은 심민호를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가 되는 중요한 인물. 그는 자신의 딸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기 위해 엄청난 진실을 폭로하려 용기를 낸다.

유연석은 "소신을 지키고자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냉철하고 호소력 있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보니 많이 지치고 힘들어 있지만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는 호소력 있게 하자'는 그것 하나만은 지키려 했다. 그것이 곧 딸아이에게 떳떳할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에 심지를 굳게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제보자'의 임순례 감독은 이런 유연석이 편히 연기할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유연석이 '엄마'라고 불렀을 정도로 때로는 푸근하고 때로는 가야 할 길을 알려주기도 했다.

유연석은 "임순례 감독님이 연기를 편안히 할 수 있게 해줬다. 씬마다 본인이 그리고자 하는 확실한 메시지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정확히 짚어주셨다. 때로는 냉철하실 때도 있고, 때로는 푸근하게 감싸주실 때도 있다. 그래서 나중에는 엄마라는 표현을 했을 정도"라며 임순례 감독에게 애정을 표했다.

또 자신이 롤모델로 꼽아왔던 박해일, 대선배 이경영도 그에게 고마운 인물들. 두 사람 모두 후배가 편히 연기할 수 있게끔 배려해줬을 뿐 아니라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현장에서 열정적인 모습으로 본보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유연석은 "영화 '늑대소년' 이후 조성희 감독님, 박해일 선배와 사석에서 뵌 적이 있다. 그 때 박해일 선배를 팬심으로 만나 대화 했었는데, 언젠가 한 번 작업을 해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작업을 하게 돼 굉장히 좋았다. 무척 좋아하는 배우와 한 작품에서 어떠한 신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에너지를 나누고, 눈을 마주치며 연기하는 과정이 짜릿하고 행복했다. 이경영 선배님도 영화 '은밀한 유혹'까지 연달아 두 작품을 하다 보니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유연석이 배우로 지내온지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지난 2003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으로 데뷔한 그는 10년이 되는 지난해 '응답하라 1994'로 스타가 됐고,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또 다른 유연석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10년 만에 만개한 배우, 유연석의 10년 후는 어떨까.

유연석은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연기 생활을 하고, 배우 생활을 하는 걸 행복하게 느끼며 지금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마 결혼도 하지 않았을까"라고 전했다.

한편 유연석이 출연한 영화 '제보자'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줄기세포 조작스캔들을 모티브로 해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내달 2일 개봉.

[배우 유연석.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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