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호, 누가 AG 신데렐라로 떠오를까 [김진성의 야농벗기기]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누가 신데렐라로 떠오를까.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대표팀은 28일 화성체육관에서 첫 경기를 갖는다. 8강전이지만, 상대가 예선 2위팀이다. 사실상 워밍업. 진검승부는 내달 1일과 2일 준결승전과 결승전. 대표팀은 내부적으로 준결승전 일본, 결승전 중국으로 맞춤형 준비를 하고 있다. 위 감독의 섬세한 지도력과 철저한 준비, 확실한 방향설정은 분명 긍정적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시안게임도 아시안게임이지만, 여자농구는 현재 매우 중요한 시기에 들어섰다. 대표팀은 신구조화가 잘 이뤄졌지만, 중심은 여전히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 임영희 등 베테랑들이 잡고 있다. 이들은 30대 중, 후반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번 아시안게임이 국내에서 치러지지 않는다면 지난 런던올림픽 지역예선 참사 이후 물러났을 수도 있었다. 이들 중 일부는 대표팀 은퇴 생각을 갖고 있다.

▲ 의미있는 경험과 변화

일본은 지난 수년간 여자농구에 투자한 결과 한국을 앞질렀다. 중국 남녀농구도 최근 동시에 세대교체 중이다. 내년 FIBA 아시아 남녀선수권을 모두 자국에서 개최한다. 이 대회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1~2년 뒤에 포커스를 맞춘 모습. 이번 아시안게임은 중간과정. 일본과 중국 여자농구의 체계적 준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자농구 관계자들은 내년이야말로 대표팀 세대교체 시기라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상태다. 그러나 그냥 되는 건 아니다. 현재 대표팀 경력을 쌓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더욱 성장하고, 더욱 젊은 선수들을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물론 우리도 경험은 있다. 여자농구는 2006년 리우 세계선수권대회서 급격한 세대교체를 시도하다 참패를 맛봤다. 결국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복귀했다. 이후 세대교체 흐름은 전반적으로 더디다.

의미 있는 일도 있었다. 전성기에 들어선 김정은과 김단비는 대표팀 경력을 제법 쌓았다. 특히 김정은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과 올해 유럽 전지훈련을 통해 농구에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성우 감독도 “예전엔 공격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했는데 이젠 정확하게 한다”라고 했다. 효율적 슛 셀렉션에 눈을 떴다는 의미. 이런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김정은이 진짜 에이스로 진화하는 과정에 놓였다고 보면 된다.

박혜진 역시 가능성을 인정받은 무대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였다. 아시아선수권대회 이후 박혜진의 플레이가 달라졌다. 저돌적인 골밑돌파 위력이 대단히 좋아졌다. 자신보다 수준 높은 팀을 상대하면서 체득한 노하우, 극한의 상황을 경험하면서 얻은 임기응변능력 등이 결합해 기술적 업그레이드로 이어졌다. 이런 케이스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한국 여자농구가 건강해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국제대회서 결과뿐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 이유다.

▲ 누가 신데렐라로 떠오를까

그런 점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서 대표팀 경기가 적다는 건 아쉽다. 대표팀은 단 3경기만 치르면 우승이다. 상대적으로 우승 가는 길은 쉬워졌다. 그만큼 유의미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말도 된다. 한 농구관계자는 “여자농구는 세대교체가 필요한데, 이번 아시안게임서 더 많은 경기를 치르지 못한 게 아쉽다. 우승도 좋지만, 실제로 기량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선 좋은 상대와 많은 경기를 가져야 한다”라고 했다.

마찬가지 의미로,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의 일정이 겹친 것도 여자농구로선 아쉽다. 일본과 중국은 세계선수권대회에 1진을 파견한다. 물론 아시안게임에 파견되는 2진도 강한 상대다. 한국이 유의미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두 대회 일정이 겹치지 않았다면 한국도 남자대표팀처럼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를 동시에 소화했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여자대표팀의 장기적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됐을 뻔했다. 결국 많지 않은 아시안게임 3경기서 결과와 내용 모두 잡아야 한다. 그리고 지난해 박혜진같은 케이스가 나와야 한다.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로 구성된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이 곧 터키로 향한다. 홍아란 신지현 이승아 박지수 등 여자농구 미래들이 좋은 경험을 쌓으러 떠난다. 이들은 결국 베테랑들이 은퇴한 뒤 대표팀 1진을 메워줘야 한다. 당연히 김정은, 김단비 등이 이들을 끌어줘야 한다. 양지희 박혜진 이경은도 뒷받침해야 한다. 베테랑들의 아우라를 메울 정도의 확실한 성장이 필요하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과정서 얻은 노하우가 대표팀 세대교체에 반드시 결합돼야 한다.

그래서 이번 아시안게임서 누가 신데렐라로 떠오를지 궁금하다. 금메달도 중요하지만, 여자농구 미래를 감안할 때 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위 감독과 정상일 코치, 전주원 코치는 여자농구 지도경험이 많다. 이들이 여자농구 미래 초석을 다듬고 있다. 지난 4개월간 치열하게 달려온 위성우호가 아시안게임서 금메달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여자농구대표팀(위), 김정은(가운데), 박혜진(아래).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