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더 로스트', 잃어버린다는 것…그에 대한 공감과 소통 [MD리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더 로스트', 잃어버린 그 때가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연극 '더 로스트'(the Lost)는 축제가 막 끝난 듯한 12월 26일 오후, 같은 시간 속 다르게 펼쳐지는 8가지 이야기를 Part 1과 Part 2로 나뉘어 공연하는 독특한 옴니버스 연극이다. 떠들썩하던 축제는 어느 새 끝나버리고 마음 한 켠 허전함과 막막함 만이 남았을 때 마음속에 떠오르는 질문, '내 생에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기다.

이 중 '파트1'은 '그때를 잃어버렸습니다'를 시작으로 그려진다. 한때는 꿈의 궁전이었으나 지금은 재건축을 기다리는 신세의 에덴아파트에서 생긴 이야기를 그린다.

전원주택에 살다 1101호로 막 이사온 30대 부부 이야기 '에덴', 15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여자의 방문을 받은 1002호 부부 이야기 '방문자', 하루 만에 폭삭 늙어버린 남편과 울며 싸우는 302호 여자 이야기 '조금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할머니의 시신이 누워있는 402호에서 사인을 밝히려는 국과수 감식반의 비밀 이야기 '겨울하루'가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진다.

'더 로스트' 파트1은 평범한듯 일상이 그려진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 그 안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새로 이사 온 부부는 이삿짐을 정리하며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고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들의 평범한 일상 대화에서 잃어버린 무언가가 느껴진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하고, 특별하게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뭔가 허전함이 느껴진다. 이들은 너무 좋아서 잃어버릴까봐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가 너무 좋은 나머지 이사 오기 전 행복했던 때를 애써 안 좋은 기억으로 만들어 버리는 아내의 말에서 그 때를 잃어버린 씁쓸함이 느껴진다.

15년 만에 잡에서 깨어난 여자의 이야기는 통째로 잃어버린 그녀의 인생과 그 사이에서 그녀의 것을 가져버린 부부의 인생이 안타깝기 그지 없다. 혼수상태로 15년을 누워 자신의 아이도 안아보지 못한 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된 듯한 15년을 보낸 여자. 자신은 변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변해버린 세상에서 여자의 잃어버린 인생은 너무도 안타깝다.

하지만 그녀가 잃어버린 것 중 하나, 그녀의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그녀의 인생을 빼앗았다고 할 수도 없다. 15년 전 그녀의 남자친구였던 남자와 아이를 갖지 못하는 현재 남자의 아내. 두 사람은 15년 전 교통사고로 혼수상태가 돼버린 여자의 아이를 키워 왔고, 이 또한 그들의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시간이기에 세 남녀의 주장이 모두 납득이 되고 공감이 된다.

하루만에 폭삭 늙어버린 남편과 그의 아내 이야기는 매일같이 싸우는 부부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겪게 되면서 우왕좌왕 하는 사이 잃어버린 사랑과 우정을 찾는다. 서로를 향해 으르렁 거리며 사랑했던 그 때를 잃어버렸지만 결국엔 서로를 보듬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할머니 시신의 사인을 밝히는 국과수 감식반의 이야기는 주위 시선과 오해로 자신의 많은 부분을 잃어가는 이들이 안타까움을 준다. 하지만 이내 인간이 편안해질 수 있는 것, 잃어버린 것을 찾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더 로스트' 파트1 이야기는 대체적으로 씁쓸하다. 그러나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비단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 결국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이 그러하다. 얻는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것도 허다하다.

그러나 잃어버리는 것이 있기에 얻는 것도 있고, 이 잃어버린 것들을 인식하고 씁쓸해 하면서도 또 얻은 것에 웃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더 로스트'를 통해 알 수 있다. 잃어버린다는 것에 대해 잔잔하고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더 로스트'는 그렇게 잔잔하게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한편 '더 로스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젊은 극작가 그룹인 창작집단 '독'이 만든 창작물. 독은 수현재컴퍼니와 함께 손 잡고 관객을 만났다. 주중엔 파트1, 파트2를 번갈아 올리고 주말엔 파트1, 파트2를 동시에 올린다. 오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수현재씨어터(DCF대명문화공장 3층)에서 공연된다.

[연극 '더 로스트' 파트1 공연 이미지. 사진 = 수현재컴퍼니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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