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슬픈 연극', 잔잔하게 파고드니 더 와닿는 삶과 죽음 [MD리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연극 '슬픈 연극', 삶과 죽음을 잔잔하게 파고 들어 더 와닿는다.

연극 '슬픈 연극'은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남편과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작은 희망에 기대려고 하는 아내의 어느 저녁, 그 풍경을 담담하고 잔잔한 어조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삶과 죽음, 부부의 우애를 더욱 깊고 진솔한 시선과 목소리로 그려낸다.

'슬픈 연극'은 일상의 한 부분을 그대로 옮겨 놨다. 죽음을 앞뒀지만 편안해 보이는 듯한 남편, 그의 옆에서 평소와 다를바 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아내. 두 사람의 저녁은 우리네 저녁과 그리 동 떨어지지도, 이렇다할 사건이 있지도 않다. 그저 일상 그 자체인 것이다.

하지만 남편과 아내가 번갈아 서로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하면서 관객들은 이들에게 집중한다. 사실 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 역시 다이내믹한 것은 아니다. 관객들도 충분히 겪었을 이야기고, 그래서 더 공감을 갖는다.

이들 부부가 풀어내는 이야기는 첫만남부터 그 이후의 일상이다. 관객들에게 당시 이야기를 설명하며 속내를 고백하고, 점점 그들 이야기에 깊숙히 빠지게 한다. 그래서 더 공감이 되고 이들의 이야기가 깊게 다가온다.

하숙집 딸과 하숙생의 첫 만남부터 군입대를 앞두고 고백한 진심,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고 결혼으로 결실을 맺은 이들의 이야기. 또 부부로 함께 살며 일궈나간 그들의 인생이나 사랑 그 이상의 우정을 잔잔하게 읊어 나간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상황만 다를 뿐,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해서 더 특별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잔잔하게 파고들어 더 와닿는 것이다.

감정을 몰아 세우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잔잔한 일상을 그리는 동시에 외면하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죽음을 이야기하며 반대로 삶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려는 남편,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내. 하지만 죽음 앞에 무서워 하고 삶의 의미를 돌아보며 그 뜻을 익혀나가는 과정 등이 참 가슴 아리면서도 애틋하다. 평범한 일상이기에 평범한 우리들에게 더 와닿고, 삶과 죽음은 우리 인생에 있어 뗄 수 없는 것임을 각인시킨다.

2인극이면서도 두 인물의 대화(dialogue)보다는 각각의 독백(monologue)이 주를 이루는 트윈-모놀로그(twin-monologue) 형식의 공연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도 몰입도를 높인다. 믿고 보는 배우들이 모인 만큼 몰아치지 않아도 세세한 감정들이 와닿는다. 때론 웃고, 때론 울며 흔들리기도 하지만 모든 감정들이 과하지 않게 전달될 수 있는 것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때문이다.

이들은 담담하고 잔잔해서 오히려 감정을 더 명확하게 전달한다. 연기에 있어, 일상을 이야기함에 있어 절제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해내는 것이다. 몰아치지 않아도 관객들에게 진심은 전해진다. 잔잔하게 파고드니 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한편 연극 '슬픈 연극'에서 남편 장만호 역은 김중기 강신일 김학선, 아내 심숙자 역은 이지현 김정영 남기애가 연기한다. 오는 11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연극 '슬픈 연극' 공연 이미지. 사진 =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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