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얘기 나눈 '비정상회담', 무엇이 위험했나? [이승길의 하지만]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첫 방송 이후 종합편성채널 JTBC '비정상회담'은 나날이 더 큰 시청자의 호응을 받는 말 그대로 대세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6회 방송을 놓고 처음으로 시청자의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11일 방송된 '비정상회담'에는 개그맨 조세호가 게스트로 출연한 가운데 '대인관계가 점점 어려워지는 나, 정상인가? vs 비정상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G11의 토론이 이뤄졌다. 친구 관계와 회사 내 상하관계, 회식문화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 가운데, G11은 이런 분위기를 처음 경험하는 조세호가 놀란 표정을 지을 만큼 변함없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그런데 이날 방송이 지난 5번의 방송분과 다른 점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다는 점이었다. 이탈리아 출신 알베르토는 한국의 기업에서 일하며 익힌 조기 퇴근 노하우를 풀어놨고, 마찬가지로 G11은 MC들과 함께 한국 기업에서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는 방법에 관한 상황극을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한국 기업을 경험한 멤버의 숫자가 적지 않았기에 직장생활 에피소드는 모자람이 없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프랑스에서는 상사가 부하직원의 연락처를 모른다"는 로빈의 발언 등 해외의 대인관계에 관한 이야기는 짧게 마무리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방송된 '비정상회담'은 11개국에서 온 청년들이 각자 자신의 국가의 사례를 이야기하고 그것이 정리되는 과정을 통해 한국 문화에 시사 하는 바를 짚어보는 형태를 취해왔다. 하지만 직장 속 관계가 자연스럽게 주요 의제로 부상한 이날 방송에서는 한국의 기업 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외국인들의 분투기가 주요 내용으로 꾸며졌다.

문제는 한국의 사례가 중심이 되면서 MC와 출연진들이 자연스럽게 분위기상 옳고 그름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서로 다른 나라의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G11 내에서 다수결이 갈릴지언정 그 누구에게도 잘못된 문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의 이야기가 주가 되면서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 자리라면 회식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정해진 시간 이외의 업무라면 상사에게 못한다고 말하겠다"는 줄리안과 로빈의 의견은 상하관계가 명확한 한국의 회사를 경험하지 못했기에 내놓는 생각이라는 출연진의 평가를 받았다. 한국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이국의 문화를 들을 수 있어 더 의미 있었던 '비정상회담' 본연의 매력과는 다소 동떨어진 토론이었다.

또 한국의 문화와 동떨어진 의견을 내놓는 줄리안의 말을 "프리랜서와 조직생활은 다르다", "이게 안 먹힌다는 말이다" 등의 반응으로 정리하는 MC 성시경의 모습도 이날 방송 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과 G11까지 12개국 출신의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비정상회담'에서 MC와 게스트의 비중이 커져 균형이 깨지는 순간, 프로그램이 가지는 고유의 매력은 빛을 잃게 된다.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성세대의 멘탈을 흔드는 비정상적이고 재기발랄한 세계의 젊은 시선. 과연 그들은 한국 청춘들이 봉착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행복을 갈구하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보다 명확하고 색깔 있는 미래의 답을 제시한다"는 기획의도를 내놨다.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정상회담'이지만 끊임없이 비정상적이고 재기발랄한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섬세한 노력이 필요하다. 승패가 결정된 채로 아는 얘기만 반복하는 토론은 언제나 재미가 덜하다.

[JTBC '비정상회담'의 줄리안, 성시경, 에네스, 조세호, 샘 오취리(위부터). 사진 = JT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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